[fn논단]

사람중심 경제에 '사람'이 바뀌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생산, 고용, 분배 등 경제 전반에 사람을 중심에 두는 정책을 실천하고 있다. 추격형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국민 개인들에 대한 배려와 참여를 기반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다. 그 정책 한가운데에 있는 소득주도 성장이 주로 근로 대중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중심 경제에서 사람은 사업체에 몸담고 성실하게 일하는 저소득층 근로자를 지칭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인지, 미래에도 그 본질적 특성이 그대로인지를 파악해야 정책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주위를 둘러보면 부모와 자녀 세대만 하더라도 욕구체계와 원하는 바가 매우 다르다. 과거 세대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안전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면 지금 세대는 자존과 자아실현 욕구가 강하다. 부모의 바람에 따라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직장에 입사해도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자기 꿈을 좇아 사표를 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로서 '생각하는' 인간 본성은 시대 흐름에 따라 '합리적 경제활동'을 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진화해 산업자본주의를 실현시켰다. 산업화 시절 '근로 대중'은 개미와 같이 성실하게 일하는 삶을 추구했다. 소위 호모 파베르(Faber)로서 '도구를 활용해 열심히 일하는' 인간 본성이 작동해 산업사회를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개미같이 일만 하는 삶에 결코 만족하지 않으며 평생의 일을 보장하는 사업체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제시한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Ludens)로서 인간 본성이 주목받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 사람의 본성이 달라진 것이다. 개미같이 일하고 남는 시간에 휴식과 놀이를 따로 즐기는 삶의 형태에서 이제는 일과 놀이를 동시에 추구하는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 '피·땀·눈물'로 일과 놀이를 병행한 7명의 방탄소년단이 한순간에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1조원 넘는 경제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이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면서 놀이하고, 놀이하면서 무언가 만들어내는 모습이 가장 사람다운 모습으로 인식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본성에 충실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는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불특정 다수를 이뤄왔던 수많은 '사람'의 창의적 도전, 즉 풀뿌리 혁신이 경제발전을 좌우할 것이다.

바야흐로 경제성장의 핵심 축이 대규모 기업조직의 효율성에서 개인의 창의적 도전과 기업가정신으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하는 기술창업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이어가는 사회적 가치 창출활동, 골목상권을 관광지로 만들어내는 메이커스 활동, 새로운 멋과 재미를 제공하는 문화예술적 활동, 농촌 삶을 개척하는 귀농창업 등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동시에 경제성장도 이뤄낸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놀 줄 모르고 일만 성실히 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기관, 그런 사람들을 고용해 통제하려는 기업조직, 물질 가치와 예산 집행에만 집중하는 정부정책은 점점 더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다. 이것이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반드시 교육혁명, 비즈니스혁명, 정부혁신을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이유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