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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빅뱅, OTT 생태계를 바꾼다] "규제 풀어 공정경쟁 환경 조성…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야"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9 17:16

수정 2018.07.19 17:16

<하> 전문가 좌담
[미디어빅뱅, OTT 생태계를 바꾼다] "규제 풀어 공정경쟁 환경 조성…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과 국내의 미디어 업계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함께 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인 규제완화를 추진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글로벌 미디어사업자들이 국내 사업자들과 동등한 수준의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세금을 내도록 국제적인 공조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19일 파이낸셜뉴스가 미디어 업계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진행한 좌담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이날 좌담회에는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이상원 교수, 세종법무법인 이종관 전문위원,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주정민 교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황유선 부연구위원이 참여했다.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시 미디어시장에 자극제가 돼 미디어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주장과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황유선 부연구위원=기본적으로 넷플릭스가 국내 산업에 자극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 해외 유통망 제공 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경쟁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어느정도 유의미한 가입자 수준을 확보하며 시장 규모를 증가시킨다면, 이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성장을 위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세종법무법인 이종관 전문위원=국내 방송시장이나 제작시장이 충분히 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칫 국내 시장이 넷플릭스의 하청시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정책적으로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확산이 국내 전체 미디어 산업에 경쟁촉진 압력으로 작용하고, 콘텐츠 제작 경쟁력을 확보하며, 국내 콘텐츠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을 새롭게 모색 및 수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이상원 교수=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다면 단기적으로는 경쟁 촉진과 시장 혁신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반면 지상파 방송사 같은 기존의 콘텐츠 사업자의 광고 매출 기반을 약화시키는 등 콘텐츠 제작 산업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도 있다.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주정민 교수=넷플릭스가 국내시장에 진출해 미디어 업계의 경쟁력을 키울지는 미지수다. 국내는 저가 수신료 구조가 고착돼 있어 미디어 업계의 투자 여력이 없다.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넷플릭스의 콘텐츠와 서비스에 의존해서 자신의 시장만을 넓히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일반 시청자들의 인식을 살펴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한지 2년이 지났지만 생각보다 파괴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왔는데…

▲이상원=넷플릭스의 연 매출액이 2013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고,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액수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별로 경쟁상황, 시장 구조 및 가격, 선호 콘텐츠에 대한 수요 등이 다르기 때문에 단기간에 국내에서 넷플릭스가 미국이나 영국의 사례와 같이 시장에서 우월하거나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정민=전 세계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확산속도를 보면, 넷플릭스의 경쟁력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우리 시장에서 급속하게 확산되지 않은 이유는 이용자들이 우리 콘텐츠에 익숙해져 있고, 저가의 비용으로 다채널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깨지기 시작하면, 넷플릭스가 우리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종관=넷플릭스가 우리나라를 수익시장으로 접근한다면 유료방송 시장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생산시장으로 접근할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콘텐츠 제작 투자를 확대, 동남아 등의 시장에 유통시키는 전략이 중심이 될 것이므로 이 경우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 보다는 제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의 시장 확대와 관련,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주정민=정부는 미디어 업계가 원활하게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미디어 업계가 콘텐츠에 투자할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각종 광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유료방송의 수신료 및 콘텐츠 가격도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간섭을 줄여야 한다.

▲황유선=업계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품 및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업자 간 제휴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 또한 요구된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창작자들을 우대하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양질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 VOD 수익 배분은 대체로 5대 5에서 6대 4 비율이지만 넷플릭스는 9할을 가져가 국내 사업자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는 견해도 있다.

▲주정민=콘텐츠 사용료는 기본적으로 사업자간의 협상에 의해 결정한다. 넷플릭스는 수신료 배분의 원칙인 9대 1을 전 세계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우수한 콘텐츠와 서비스에 기초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 차별적인 수익배분을 고려할 이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황유선=기본적으로 우월적 지위 남용에 의한 불공정 거래가 아니라면, 거래 조건이 상이한 것 자체를 문제삼긴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넷플릭스가 콘텐츠 판매 또는 제작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나, 이러한 우려를 근거로 정부가 지금 시점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규모로 트래픽을 유발하는 OTT 사업자들이 통신망에 무임승차를 해 수익을 거둔다는 지적도 많은데…

▲이종관=현재처럼 통신사에게만 망 투자 및 관리에 대한 의무를 부여해서는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으로 인해 발생하는 네트워크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
더 빠른 속도와 더 큰 처리 용량을 갖춘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수조원이 투입되는 5G에 통신사가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원=트래픽이 증가하면서 트래픽 수용 용량도 증가되는 5G 네트워크 환경 초기에는 망중립성에 대한 논쟁이 격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5G 네트워크의 기술적 특성 및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생태계 변화 등을 고려해 망중립성을 유지하되 일부 완화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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