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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인상 비판한 트럼프… 환율전쟁 신호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0 17:24

수정 2018.07.20 19:50

"강달러는 美기업에 불리" 통화정책에 불만 쏟아내 연준 독립성 무시한 발언
美관세부과 맞대응 위해 中은 위안화 평가절하
연준 금리인상 비판한 트럼프… 환율전쟁 신호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에 불만을 쏟아냈다. 대통령은 통화정책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깼다. 트럼프 발언 여파로 달러는 주요 통화에 대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행보를 감안하면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에 대한 불만은 환율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금리인상, 강달러 초래···미 기업에 불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인상이 멈췄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기쁘지 않다"면서 연준은 경제가 잘나갈 때마다 "금리를 올리려 한다"고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을 비난했다.


연준은 미 경제가 성장궤도에 진입하자 2015년 12월 금리인상을 통해 제로금리에서 벗어난 뒤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왔다. 트럼프가 지명한 제롬 파월 의장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에도 3월과 6월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를 1.75~2%로 올렸다. 6월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파장을 의식한 듯 불만을 갖고 있다고 연준의 통화정책에 개입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면서 "연준이 최선이라고 느끼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놔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파월 의장은 "매우 좋은 남자" 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발언에서 금리인상이 몰고온 달러 강세와 이에 따른 미 기업들의 해외 경쟁력 약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뛰는 금리가 주요 통화에 대한 미 달러 강세를 부르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유럽은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고, 이 때문에 유로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그들의 통화(위안)가 돌덩이처럼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리 통화(달러)는 오르고 있다"면서 "분명히 언급해 둬야 하는 것은 이 때문에 우리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약달러를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발언 뒤 달러는 엔에 대해 0.7%, 유로에 대해 0.6% 하락했다. 후반 들어 낙폭이 좁혀지기는 했지만 그의 발언 여파가 달러가치를 일시적으로나마 떨어뜨렸다.

■금기 깬 작심발언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이전 금기를 깨뜨린 파격으로 자칫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퇴진한 개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시장이 연준 말고도 백악관의 의사를 알아봐야 하는 이중의 추정을 피하기 위해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고 전했다.

1960년대 린든 B 존슨과 뒤를 이은 리처드 닉슨 행정부가 당시 윌리엄 맥체스니 연준 의장에게 압력을 넣어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토록 한 것이 1970년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됐다는 것은 중앙은행 독립성의 필요성에 대한 반면교사의 주요 사례로 인용된다. 이 때문에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연준 통화정책에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만들어졌고,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지켜졌지만 그 금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깼다.

그가 통화정책 불개입을 강조하면서도 금기를 깨면서까지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강달러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중국 위안 급락과 겹치고 있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중국의 환율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포석이면서 동시에 유럽 등에도 유로 등 통화가치 약세가 지속되면 달러약세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

■중 위안화 절하 맞대응 경고?

CNN머니에 따르면 이날 위안은 달러에 대해 1% 가까이 또 하락했다. 지난 석달간 낙폭은 8%에 육박한다. 위안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변동환율이 아니라 중국인민은행(PBOC)이 제시하는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중국이 위안 평가절하를 용인하고 있음을 뜻한다.

위안 가치 하락은 중국 당국이 의도했건 아니건 미국의 중국제품 관세에 대응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위안 가치 하락으로 미 수출품 가격이 낮아져 관세부과에 따른 가격상승 요인을 일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이날 PBOC가 위안 고시환율 인상(위안 가치는 인하)으로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미즈호의 외환 애널리스트 켄 정은 이는 중국 중앙은행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위안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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