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中 혁신의 본질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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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의 고위층들은 위챗으로 물건값을 결제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중국을 배워야겠다는 분위기가 뜬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혁신이 중국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고 믿는다. 이어서 한국은 정체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빠진다.

중국 선전이나 베이징을 방문하는 고위 공무원들의 표정을 보면 늘 이런 식이다. 세상 돌아가는 판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놀라운 경제성장을 둘러보고 자극을 받아 행정업무에 반영하는 건 좋다. 다만 감성 접근에 치우친 나머지 중국의 첨단 산업현장에 대한 과민반응도 문제다.

중국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산업 확장에 성과를 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 넓은 시장에 제품과 서비스를 내놨을 때 소비자들이 보이는 즉각적인 반응성의 힘이 크다. 세계를 주도하는 '혁신'이 주도하는 건 아니란 뜻이다. 오히려 시장의 힘과 중앙정부의 산업정책이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전망을 키우는 식이다.

혁신이 아닌 시장과 정부의 힘으로 확장성을 보여온 업종들은 많다. 특히 지난해 혁신과 시장성을 구분하지 못해 논란이 된 뉴스도 있다. 신화통신은 지난해 중국이 고대의 4대 발명품(나침반·화약·종이·인쇄술)에 버금갈 새로운 4대 발명품으로 고속철·온라인쇼핑·전자결제·공유자전거)을 내놓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내 중국 안팎에서 비웃음을 받아야 했다. 고속철은 일본이 1964년 내놓은 신칸센이 최초이며, 전자결제 시스템은 미국이 1990년대에 처음 시험했다. 공유자전거는 1960년대 유럽에서 나온 개념이며, 온라인쇼핑은 1979년 영국인 마이클 올드리치가 컴퓨터와 전화선을 연결해 식료품을 팔면서 시작됐다. 땅은 넓고 인구도 많은데 인프라는 선진국에 뒤져 있는 상황에서 고속철과 전자결제, 온라인쇼핑이 중국 내에서 폭발적 반응성을 얻을 수 있었다.

기술굴기를 자랑하며 미국과 맞짱을 떠보겠다던 중국 분위기도 최근 가라앉는 모습이다. 시장 반응성의 힘으로 제품과 기술 접목의 상승효과를 누려온 게 결코 철저한 내부혁신을 통한 기술굴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깨닫는 듯하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궈빈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급)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에서 "우리는 여전히 선진국보다 수십년 뒤처졌고, 강력한 제조업 국가로 가는 길은 멀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산 컴퓨터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칩 중 95%는 수입제품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중국의 미래산업 전망이다. 중국도 미래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산업분야의 지식재산권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경제의 큰 틀 아래에서 현재 산업지형에 필요한 요소와 미래산업 육성에 요구되는 지원 등을 씨줄 날줄로 엮어 구조적 매트릭스를 짜고 있다.

이쯤 되면 현재의 중국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미래의 중국을 뒤쫓게 될 우리의 처지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국회의원, 중앙 및 지방 공무원, 교수들이 중국을 찾아 위챗을 사용해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게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판 신사유람단처럼 중국의 산업혁명을 피상적으로 바라볼 시점은 이제 지났다. 다소 늦었지만 한국식 산업정책 혹은 전략을 진지하게 마련해야 할 때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