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해마다 되풀이되는 최저임금委 파행

1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14일 새벽 4시20분.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문밖에서 류장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2019년 적용할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는 의미였다. 최저임금위가 추정한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290만~501만명 노동자의 내년도 임금 기준이 결정된 셈이다. 그러나 이날 최종 의결에 참여한 최저임금위원은 전체 27명 중 14명뿐이었다.

2019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 최저임금위 운영방식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해마다 법정시한을 지켜 최저임금을 의결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번 최저임금위는 유독 파행이 잦았다. 사용자위원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안 법정 의결시한은 지난 6월28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최임위를 지켜보며 노사 모두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는 것이 되레 관례화된 듯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정 과정에서도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번갈아 퇴장하는 등 '파행'을 반복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일(8월 5일 이내)만 넘기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임하는 듯했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불참이 잦으면서 '반쪽짜리'라는 불명예도 가져갔다. 먼저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 불참을 선언해 최저임금위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근로자위원 중 4장의 표를 가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발, 최저임금위를 끝까지 보이콧했다. 노동자 몫의 4표가 사라진 것이다. 지난 10일 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안이 부결되자 사용자위원 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마지막 전원회의를 앞두고 사용자위원은 결국 불참을 선언하긴 했지만, 고시일인 8월 5일이 일요일인 점을 놓고 최종 고시일이 8월 6일이 아니냐면서 결정을 미뤄도 된다는 이야기도 오갔다. 결국 10.9% 인상률이 결정되기까지 노사가 온전히 함께한 날은 사실상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받기위해 모인 첫 날을 제외하고 없는 셈이다. 수백명의 저임금 노동자와 최저임금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을 대표해서 나온 이들의 대표성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저임금을 결정하기까지 약 5개월가량의 준비 기간을 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저임금이 미치는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면밀히 따져보고 충분히 협의해서 결정하라는 의미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나 기업 뿐만 아니라 시장 물가 등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최저임금위는 노사가 제시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실태 조사나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없이 촉박하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결국엔 인상률을 놓고 노사 간 힘겨루기만 반복할 뿐이다. 이렇게 되면 어느 누가 노사·공익위원이 되더라도 노동시장과 산업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최저임금위가 독립기구란 점이다. 최저임금 결정에 임박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국회 안팎에서 국민들이 시그널로 오해할 만한 언급을 하는 데 대해서도 공익위원들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강성태 공익위원은 "정부 부처마다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을 달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원회의에 임박해 정부 관계자 등이 의견을 내는 것은 압박으로 여겨진다"고 토로했다.

노사가 첨예하게 갈등하는 우리 사회에서 결국 최저임금은 공익위원 결정이 당락을 가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정부나 국회에서 시그널에 가까운 언급을 이어간다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최저임금위의 독립성은 신뢰받을 수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노사의 희망하는 대로 노동시장과 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려면 논의에 참여하는 노사부터 달라져야 한다. 최저임금 논의도 결정을 앞두고 일시적에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모여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 현실에 맞는 합의점을 모색해야 한다. 변화가 필요한 때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경제부 차장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