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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몽니 곳곳 협상 삐거덕..“전면 무역전쟁 먹구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2 15:44

수정 2018.07.22 16:46

트럼프 몽니 곳곳 협상 삐거덕..“전면 무역전쟁 먹구름”

미국과 유럽연합(EU), 미국과 중국 간 전면적인 무역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이하 현지시간) 전문가들의 경고를 인용해 보도했다.

CNN머니도 오는 25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통상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협상 타결을 기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트럼프에 양보하더라도 그가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도 11월 미 중간선거가 끝날때까지는 트럼프의 강경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사실상 무역협상에 손 놓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EU와 중국을 겨냥해 날 선 발언을 이어가면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사이에 둔 무역전쟁, 전면적인 무역전쟁 가능성을 높여갔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는 반면 유럽과 중국은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려 “미국의 경쟁력을 크게 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상 무의미” 손 놓은 중국
중국은 당분간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갈등은 거듭된 협상에도 불구하고 커져만 갔다.

이달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 34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물리고,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추가로 중국 수입품 5000억달러어치 모두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협박했다.

중국이 미 관세에 대응해 즉각 보복관세에 나선 상태여서 중국산 전제품에 관세를 물릴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FT에 따르면 중국 당국자들은 미국과 어떻게 협상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11월 미 중간선거 이전에 어떤 협상이건 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비관을 내놓기도 한다.

한 중국 관리는 FT에 최근 수개월 동안 중미간 4차례 통상협상에서 진전이 있었음에도 관세는 현실화 됐다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통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더 많이 사려고 해도 미국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고,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하려 해도 미국이 원하지 않는다”면서 문제의 핵심이 미국에 있다고 비난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미국의 첨단 제품 대중 수출 금지, 중국의 미 첨단 기업 투자 제동 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1월 중간선거가 끝나고 나면 트럼프의 강경노선이 일부 후퇴하기만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융커 회동, 재앙으로만 끝나지 않아도 성공”
25일 융커 EU 집행위원장, 말름스트룀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자동차 관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비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국적 법무법인 깁슨던의 국제통상 변호사 쥬디스 리는 이날 회동이 “재앙으로 끝나지만 않아도 성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U산 알루미늄에 10%, 철강에 25% 관세를 물리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낮추지 않으면 유럽 자동차와 부품에 20%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EU간 교역은 연간 1조1000억달러가 넘는다. 세계 최대 규모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가 EU와 핵심 경제협력 관계를 계속 약화시킬 것이라면서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국제경제연구소(ECIPE)의 데이비드 헤니그 소장은 “트럼프가 추가 관세를 강행할 것으로 모두가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압력에 굴복해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EU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당시에도 미국에 자동차 관세 인하를 제시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어 추가 양보는 부작용만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전문가인 런던 베이커앤드매킨지의 로스 덴튼 파트너는 “유럽이 자동차에 관해…양보하자마자 트럼프는 물 속에서 피 냄새를 맡을테고 다음(제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논리 아닌 트럼프의 막무가내”
스위스 투자은행 UBS 분석에 따르면 미 무역적자의 약 35%는 자동차 수입과 관련이 있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매년 미국에 580억달러어치가 넘는 자동차를 수출한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러나 트럼프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EU과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낮추더라도 무역적자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이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고는 해도 실제 관세를 무는 미 자동차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물리고 있지만 이 가운데 85%는 유럽산 부품이 들어가는 탓에 관세가 면제된다.

반면 미국은 모든 EU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고 있다.

베이커앤드매킨지의 덴튼은 “미국인들은 유럽 자동차를 사랑하지만…유럽인들도 미 자동차를 사랑할까?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인들은 비싸도 유럽차를 사지만 관세와 이에따른 가격 상승요인을 떠나서 미제차를 좋아하는 유럽인들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리서치 책임자 카스텐 니클은 유럽이 자동차 관세를 낮추면 트럼프를 기쁘게는 하겠지만 미국에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지금 상황전개는 경제논리를 벗어나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가진 연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메르켈 총리는 “누구든 한 번만 들여다 보면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얽히고 설켜 있는지 알 수 있다”면서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에서 연간 40만대를 생산해 세계 곳곳으로 수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BMW 최대 규모 공장은 독일이 아닌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탄버그에 있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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