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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나”..위안화 급락 해석 분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2 15:53

수정 2018.07.22 15:53

“무역전쟁,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나”..위안화 급락 해석 분분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CNBC가 20일(이하 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환율전쟁 흐름이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조짐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환율조작 시비와 시기가 묘하게 겹치는 중국인민은행(PBOC)의 위안 기준환율 인상(위안 가치 평가절하) 결정이 환율전쟁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유럽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이튿날인 20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유럽과 중국이 환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는 비난을 이어갔다.

PBOC는 공교롭게도 19일 트럼프의 인터뷰가 방송된 지 수시간 뒤 위안 기준환율을 달러당 6.7671위안으로 올렸다. 위안 가치를 2년 만에 가장 큰 폭인 0.9% 떨어뜨렸다.


위안은 PBOC가 고시한 기준환율을 중심으로 하루 변동폭이 상하 2%이다.

달러도 하락했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트럼프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을 비판한 19일 이후 1% 넘게 가치가 하락했다.

마치 중국 위안, 유럽 유로 가치 하락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가치도 떨어뜨리기 위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외환전략가들은 비록 드러난 것은 아직 없지만 무역전쟁이 점차 환율전쟁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엑스안테 데이터의 젠스 노르드빅 최고경영자(CEO)는 “그런(환율전쟁)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면서 “무역전쟁이 한동안 지속되더니 이제 ‘통화 가지고 장난을 치면 안된다’는 애기까지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외환전략가들은 중국이 일부러 위안 약세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전과 달리 위안 하락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위안 약세는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2가지 근본요인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위안 약세를 용인하는 것 자체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9일 위안 기준환율을 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고시한 것은 PBOC가 위안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노르드빅은 “이 같은 급격한 (환율) 움직임(용인)은 꽤나 의도적으로 보인다”면서 “분명한 것은 이처럼 빠른 환율 움직임은 (트럼프의) 관세를 무효화하는 것이어서 이 같은 관점에서 (트럼프가) 현재 진행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고 말했다.

BK자산운용의 외환전략가 보리스 슐로스버그 상무는 “지금 상태로는 PBOC와 트럼프 행정부가 (아무 것도 안 보이는) 터널 속에서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중국은 분명하게 선결과제가 위안을 평가절하해 미 수출이 중국 시장에서 더 어려워지도록 만들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의 기준환율 인하가 의도적인 위안 평가절하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PBOC가 시장에 개입해 그나마 위안 하락세를 이 정도에서 막았다는 것이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수석 외환전략가 마크 챈들러는 중국이 일부러 트럼프를 자극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중국은 위안 급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챈들러는 PBOC는 무역전쟁과 중국 경제 둔화에 직면해 위안의 급락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일 수 있다면서 PBOC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위안 낙폭은 더 컸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중국은 이 같은 시장의 힘을 타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시장의 힘과 레슬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챈들러는 이어 “중국이 지금 하는 것은 위안 하락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을 불렀던) 2015년과 같은 사태(위안 급락)를 막기 위해 질서를 잡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챈들러는 역설적이게도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위안에 버팀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도 이번이 위안 하강 악순환을 끊을 절호의 기회일 것”이라면서 23일 외환시장이 다시 열리면 위안이 일부 낙폭을 만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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