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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구원 기관장에 듣는다]기초과학연구원 김두철 제2대 원장 "젊고 우수한 과학자 키우려면 지속적인 정책·지원 필요"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3 16:59

수정 2018.07.23 21:52

본원 중심 연구원 육성 의지… 올 말 '파이어니어링 리서치 센터 '추진
정부 정책 장기적 안목 필요… R&D투자도 물가상승률 등 감안해야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장. 사진=서동일 기자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장. 사진=서동일 기자

【 대전=조석장 기자】 창조적 기술, 미래원천기술의 확보, 차세대 기초과학 연구거점 마련을 목표로 지난 2011년 설립된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현재 29개 연구단이 운영되는 가운데 세계적인 석학을 연구단장으로 해 자율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23일 대전 유성구에 자리한 기초과학원연구원을 찾아 김두철 제2대 원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기초연구연구원의 설립목적이 집단, 장기, 대형, 융합연구인데.

▲1960년대 산업화 발전계획에 따라 주로 기술에 방점을 둬 경제발전에 성공을 거두었지만, 기초과학 연구 및 투자에는 등한시해왔다. 특히 기초과학연구는 그간 대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해서 이뤄져왔다. 그러다 보니 연구비가 적고, 그 규모에 맞는 연구 밖에 못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초과학연구원이 생겨났다.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에 의한 중장기 집단 및 대형연구를 위해 주어진 자원 내에서 최고의 과학자를 뽑는 데 진력하고 있다.

―그간 성과를 말씀해 주신다면.

▲선진국에서는 100년 넘은 연구소들이 많은데, 기초과학연구원은 이제 10년도 안됐다. 성과가 뭐냐 이렇게 묻는 건 좀 당혹스럽다. 성과내라하면 흔히들'무슨 논문 어떻게 나왔다'며 단기적인 것을 가지고 평가들을 한다. 이건 장기적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초연구원과는 성격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는 네이처 사이언스 등재 논문을 가지고 성과를 따진다. 그런데 몇 편의 논문을 냈느냐가 아니라 20~30년후 또는 100년후에 그당시 IBS에서 이런 지식적인 발견이 있었고, 이런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를 해주는 게 진짜다.

(김 원장의 이같은 평가에도 IBS는 '네이처 출판사(NPG)'에서 매년 발표하는 네이처 인덱스 순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세계 100대 라이징 스타)'에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이어 11위에 선정되는 등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과학계의 연구풍토에 대한 전반적인 지적 같은데요.

▲과학연구는 경제적 측면에서 기대효과를 바라는 연구도 있겠지만 과학자체를 호기심으로 여기는 연구풍토도 존중되어야 한다. 이런 장기적인 원천기술의 연구가 인류문명을 발전시켜왔다. 너무 단기적인 성과를 가지고 연구원을 평가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다. 연구비를 따려면 신청서에 항상 기대효과를 쓰는 난이 있다. 그럴 때마다 장기적인 기초과학연구를 하는 학자들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단기적인 기대효과를 생각하기보다 호기심에 대한 연구를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것이 쌓여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된다.

―최근 IBS2단계 발전전략 수립됐는데 1단계와 다른점은.

▲관련법률에 의거 5년마다 5개년 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5년동안 해왔던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고 새롭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을 2단계 발전전략에 담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원중심으로 연구원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본원 연구시설 개원으로 연구단 행정조직이 한 군데로 모였는데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특해 올해말 거의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 중심의 파이어니어링 리서처 센터(PRC)를 만들려고 한다.

―우수 해외인력 유치가 중요할 것 같은데.▲우수연구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쉽다. 예산지원이 주요원인인데 처음 우수인력유치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좋은 조짐을 보여주었는데, 점차 빛이 바래가는 느낌이다. 김이 빠진다고 할까. 의욕적으로 해외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뛰었는데, 예산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생기면서 예산지원이 예전 같지 않게 됐다. 이로 인해 우수해외인력의 유인효과가 약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려고 하면 우선 정주여건이 중요하다.

-2021년까지 중이온가속기가 완성되는데, 현재 진행상황은.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은 다양한 중이온을 가속·충돌시켜 물질 구조의 변화를 관찰하고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하는 등 입자 가속의 원리를 첨단 기초과학 연구에 활용하는 연구시설이다. 총사업비 1조 4532억원이 투입되어 2021년 완공과 동시에 운영을 목표, 부지는 대전시 유성구 신동지구이며 규모는 13만㎡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라온 공정률은 장치구축 부문 47.4%, 시설건설 부문 14.3% 진행되고 있다. 장치 부문에서는 2020년 12월 말 저에너지 구간 초전도 선형가속장치빔을 처음 인출하는 것이 목표다. 중이온가속기를 활용해 물질재료 연구부터 암 치료, 의료·바이오 융합 연구를 거쳐 사업화까지도 가능, 해당 관련 산업의 전문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노벨상 수상이 과학계 오래된 담론인데.

▲기초과학 연구가 절대 필요하다. 근데 꼭 이 연구로 노벨상을 받아야지 하고 덤비면 노벨상 못 받는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저 열심히 원천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그것이 우연히 큰 성과로 이어지고, 이것이 노벨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과학자들이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뭔가 학문적 업적을 만들며 정신적 만족을 하며 살아간다. 기초과학은 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는 연구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가져주었으면 한다. 실패라는 것도 시도의 과정으로 너그럽게 봐줘야 한다. 기초과학은 100년 스케일로 지원해야 한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만 과학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과학발전을 저해하는 프레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초연구원 설립이후 정권이 3번 바뀌었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한번 했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국가가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연구 분야나 지원정책이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했으면 한다.
연구지 지원도 물가상승률, 국가예산증가율 정도는 계속 상승해야 하고, R&D투자도 그 상응해서 늘어나야 한다. 이런 성장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줘야 연구자들이 안심하고 창의적인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젊고 우수한 과학자들의 양성을 위해서는 정책과 지원에 있어 정권에 상관없는 지속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약력 △1948년 서울 생 △뉴욕대 물리학과, 멜버른대 수학과 연구원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교수△고등과학원(KIAS) 원장 및 계산과학부 교수△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명예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seok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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