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소득주도성장론 구하기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문재인정부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난타전이 지속되고 있다. "폐기하라"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그렇다. 책상에서 하는 주장들이야 그렇다 쳐도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해 거리로 나온 자영업·소상공인들이나 고용위기에 내몰린 이들의 '현실 목소리'는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포스트 케인지안 학파의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을 국내에 들여올 때 소득주도성장(income-led growth)이라고 명칭을 바꾼 것도 임금근로자로 대상을 단순화하기엔 자영업자가 많다는 국내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는데, 막상 핵심 정책대상으로 삼았던 곳에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니 정책 처방이 잘못됐든 이론에 모순이 있든, 둘 다 일 가능성이 있다. 분명해 보이는 건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일자리 충격'이란 굴레에 갇히게 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현 경제팀의 책임이란 점이다. 최저임금 정책 하나에 소득주도성장론 전체가 침몰할 위기다. '설명과 설득 부재' 탓이다.

국내 수입되기 전 명칭인 임금주도성장론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성장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나온 대안이론이었다. 부자가 부를 독식하는 것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부가 골고루 돌아가야, 국가 전체의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자본주의 4.0'이니, '피케티 이론' 등도 그런 분위기 속에 나타났다. 지난 2015년 '가계소득증대론'으로 불리는 초이노믹스나, 기업을 상대로 임금인상 압박을 가한 일본의 아베노믹스 모두 성장을 위해선 가계에 돈이 흘러들어가게 해야 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적 현실을 감안해 임금주도성장론을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명명해 국내에 전파한 이가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었다. 그런데 정작 청와대에 입성해서는 자영업자들을 뺀 수치를 갖고 소득주도성장론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가 거센 비판에 시달렸으니 아이러니다. 홍 전 수석은 '은둔의 경제수석'이라 불릴 만큼 설명에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경제팀을 향해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을 자신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할 정도였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갇혀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을 구하려면, 국가 전체의 장기적인 성장이론으로 가져갈 것인지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향후 최저임금 외에 어떤 정책 수단을 갖고 있는지, 어떤 로드맵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국민이 외울 만큼의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이를 연착륙시킬 구원투수가 필요해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