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박원순표 여의도·용산 개발, 해볼 만하다

김현미 국토장관 제동..제2, 제3 강남 나와야

서울시 부동산정책을 놓고 박원순 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엇박자를 보였다. 김 장관은 23일 국회 답변에서 박 시장이 내놓은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에 대해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서울역·용산역 개발 구상에 대해서도 "철도시설은 국가소유"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프로젝트는 발을 떼기도 전에 내부 반발에 부닥쳤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싱가포르 구상'을 밝혔다. 그는 개발 반세기가 흐른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통째로 재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또 용산엔 광화문광장만 한 대형광장을 만들고, 서울역∼용산역 철로를 지하로 옮기고 그 위에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와 쇼핑센터를 짓겠다고 했다. 당시 그는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자로 싱가포르를 방문 중이었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도시 설계가 가장 앞선 곳으로 꼽힌다. 여의도·용산 프로젝트를 발표하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사실 박 시장이 부동산 개발에 적극성은 보인 건 의외다. 그는 시장으로 재임한 지난 7년간 늘 개발보다는 재생 또는 경관에 무게를 뒀다. 그 때문에 보수정권 시절 중앙정부와 자주 충돌했다. 이명박정부 땐 아파트 재건축과 뉴타운을 놓고, 박근혜정부 땐 용산공원 개발을 놓고 국토부와 마찰을 빚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박 시장은 개발하자는 쪽이고, 국토부는 애써 안정시킨 부동산시장이 엉클어질까봐 걱정이다. 같은 집권세력 안에서 중앙정부와 서울시장의 충돌은 이례적이다.

부동산정책은 재산권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그만큼 민감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 수요자인 주민들만 골탕을 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로선 박 시장의 구상에 점수를 주고 싶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은 서울 강남처럼 살기 좋은 주거지를 여러 군데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래야 강남에 몰린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처럼 살기 좋은 여의도·용산 개발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과거 노무현정부는 "하늘이 두쪽 나도 부동산을 잡겠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문재인정부는 좀 더 유연한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다름 아닌 '같은 편' 박 시장의 아이디어가 아닌가. 여의도·용산 프로젝트는 시도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