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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마저 긴축 합류.. 글로벌 채권값 급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4 17:31

수정 2018.07.24 17:31

美 10년만기 국채 수익률.. 수요 둔화에 3% 육박
신흥시장 자본 이탈 빨라질 듯.. BOJ 다음주 통화정책회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할 듯.. 사실상 제로금리시대 끝나
일본마저 긴축 합류.. 글로벌 채권값 급락

미국, 유럽, 일본 국채 수익률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QE) 정책을 축소조정할 것이란 예상이 채권시장을 계속해서 흔드는 분위기다. 수요 둔화 예상에 따른 채권 수익률 상승은 시중 금리 상승과 이에따른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회귀를 불러 신흥시장 자본 이탈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OJ가 오는 30~31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오랜 제로금리, QE 정책을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면서 채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QE 종료와 함께 2015년부터 금리인상에 나섰고,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재투자 규모를 축소하면서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어 채권시장은 일찌감치 수요감소를 겪어왔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과 BOJ가 계속해서 QE를 고집하면서 연준이 떠난 자리를 메웠고, 시장의 자금이동이 본격화하지는 않아왔다.


■ "채권시장에 근본적인 변화시작"

이 같은 금융시장 흐름은 그렇지만 최근 변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초부터 ECB가 연말께는 QE 종료에 나설 것이란 보도들이 잇따른 가운데 이제 시장은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됐고 지난주부터는 BOJ도 오랜 QE 정책에 변화를 줄 것이란 예상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다.

특히 연준이 긴축 고삐를 죄고, ECB도 방향을 튼 가운데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 공급의 발원지 역할을 했던 BOJ마저 QE에서 발을 빼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채권 시장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돌아서게 됐다. WSJ은 BOJ의 통화정책이 너무도 오랫동안 안정적이었던 터라 소규모의 확실한 방향전환만으로도 시장에 큰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시에테 제네럴(SG)은 BOJ가 채권 수익률 변동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수익률 변동폭 확대는 곧 수익률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수익률이 오르는 것을 잡기 위해 채권을 사들이는 개입을 줄이게 됨을 뜻한다.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곧바로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10년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이날 0.08%로 20일 0.03%에 비해 0.05%포인트 급등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약 2년만에 최대 규모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수익률이 뛰었다는 것은 채권 수요가 줄었음을 뜻한다. BOJ의 채권수요가 둔화될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채권에서 발을 빼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뛰었다. 반면 엔화 가치는 올랐다. 엔은 지난주말 달러당 111.44엔에서 이날 111.41엔으로 소폭 가치가 뛰었다. BOJ가 QE의 부작용,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 등으로 돈풀기 규모를 줄일 것이란 예상으로 엔화 가치가 올랐다.

■ 미 국채수요 둔화...10년물 3% 위협

또 무역전쟁 파고가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높아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경제전망이 불안해지면서 '안전자산'인 엔에 대한 수요까지 더해졌다.

BOJ의 통화정책 변경 전망은 외국 중앙은행들의 미 국채 수요 둔화가 현실화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날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은 해외 수요 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WSJ은 전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20일 2.895%에서 이날 2.950%로 뛰었다.

노바스코시아 은행의 미 국채 거래 책임자 찰스 코미스키는 외국 중앙은행들이 채권시장의 수요를 이전만큼 떠받쳐주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이 지금 시장 흐름에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코미스키는 이는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 국채 매수 감축을 부르게 된다면서 "미 수익률 핵심 결정권을 외국인들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채권 시장 흐름은 이전의 통상적인 흐름과도 달라 채권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통상 오전 장에서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면(채권 가격 하락)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지만 이날은 매도세가 오후장으로 이어졌다.

코미스키는 "하루 종일 매도세만 있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시중 금리의 기준이 되는 채권 수익률 상승은 결국 선진국의 안전자산이 수익률도 높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금리차를 노리고 신흥시장으로 빠져나갔던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다시 선진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 등의 무역긴장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자본 이탈로 타격을 입고 있는 신흥시장은 캐리트레이드 자본 회귀까지 겹쳐지면서 통화가치 추가 하락 압력에 놓이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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