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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통화공세에도...中·EU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 희박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5 15:43

수정 2018.07.25 15:43

유로 가치추이 유로당 달러 자료:파이낸셜타임스 (그래프.맨오른쪽. 7월24일)
유로 가치추이 유로당 달러 자료:파이낸셜타임스 (그래프.맨오른쪽. 7월24일)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중국과 유럽연합(EU)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과 EU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미국이 이들 국가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도 얻을 추가 실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주 중국과 EU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화가치를 낮추는 정책을 펼치는 반면 미국은 달러 가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의해 결정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EU 등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재무부의 다음 환율 보고서는 올해 10월에 나올 예정이다.

중·EU, 美 기준 안벗어나
그러나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환율 조작국 딱지가 붙을 나라는 없다.
미국에 의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려면 재무부가 설정한 3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해당되는 나라가 없다.

첫번째 기준은 연간 최소 200억달러 넘는 대미 무역 흑자다. 물론 중국과 EU는 여기 해당된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연간 3000억달러를 초과한다. EU도 1000억달러가 넘는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독일의 대미 무역 흑자만 약 660억달러다.

두번째 기준은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3% 넘는 경상수지 흑자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에서도 큰 흑자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4월 현재 EU는 GDP 대비 3.5%, 그리고 독일은 GDP 대비 8.1%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불과 1.4%며 감소 추세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올리지만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관광분야에서는 대규모 적자다.

미국에 의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려면 외환시장에 대한 '지속적이며 일방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세번째 기준이다. 하지만 중국과 EU 모두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많은 유럽 국가들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외환시장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ECB의 저금리 정책이 물론 유로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환율 조작으로는 간주되지 않는다.

IMF도 "중, 환율 조작증거 없어"
중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지난 1년간 개입 규모는 크지 않았고 방향도 일방 통행은 아니었다. 중국 당국이 일정 규모의 통화를 매입하더라도 이후 같은 규모로 매도한다면 서로 상쇄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물론 중국은 지난 한달간 위안 가치를 약화시켰다. 그러나 금년 초에는 반대로 위안 가치를 끌어올리는 조치를 취했다.

외교관계위원회의 국제 경제 담당 선임 펠로우 브래드 세스터는 WSJ에 "데이터는 중국이 환율 조작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리스 옵스펠드 IMF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CNBC 방송에서 "중국 당국이 조작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가 원할 경우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재무부가 현재 환율 보고서 작성시 의존하는 ‘무역촉진법 2015’ 대신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을 적용하면 된다.

문제는 중국, 그리고 EU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도 미국이 얻을 추가적인 실익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단지 보호주의 정책의 명분만 강화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은 이미 일부 품목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과 EU에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중국과 EU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든 아니든 이미 관세라는 명목으로 벌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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