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아들, 네가 아픈걸 죽고 나서 알았구나"..軍유족 눈물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6 10:09

수정 2018.08.31 11:13

[두 일병의 죽음, 실수라는 軍] (2)
우울증 장병 잇단 자살.. 가족에겐 증상 알리지 않아
병영 전문가 가족 연계치료 진단, 소속부대는 '침묵' 
군 현행 법, 규정상 병사 증세 가족에 알릴 의무 없어
의식불명인데도 가족은 몰라..전문가 가족 연계치료 필수

故조모 일병이 지난해 11월 2일 병영생활전문상담관과 면담한 상담 기록이다. 당시 상담관은 '출타시 가정연계 관리' '정신과 진료' 등을 해당 부대에 요구했지만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군 수사자료 참조
故조모 일병이 지난해 11월 2일 병영생활전문상담관과 면담한 상담 기록이다. 당시 상담관은 '출타시 가정연계 관리' '정신과 진료' 등을 해당 부대에 요구했지만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군 수사자료 참조
“장례식장에 와서야 아들이 (우울증) 약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군이 부모들에게 부대 행사 일정까지 일일이 알려주지만 정작 심각한 정신질환에 대해선 통보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심한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모 일병과 고모 일병은 복무적응도 검사 등에서 ‘가족 연계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가족들은 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우울증 증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현재 군에서는 복무 중인 병사의 상태를 가족에게 알릴 의무나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병사들의 경우 가족에 통보, 연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2018년 7월 24일자 24면 참조>
자살 충동 겪는데, 軍 "부모에겐 알리지 않아"
26일 유족과 군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8일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 사망한 조 일병 유족이 사망 단서(端緖)를 처음 알았던 건 아들 장례식장에서였다.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조 일병 어머니에게 ‘상담을 했었고, 약도 먹었다’고 알려준 것이다. 이전까지 유족들은 ‘부대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고 말한 조 일병이 시신으로 발견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조 일병 어머니는 “아들이 우울증을 겪고, 자살 의도가 있었다는 걸 왜 알리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군은 가족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오열했다.

지난 2015년 5월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숨진 고 일병 어머니도 아들이 자살 우려 병사였는지 몰랐다고 했다. 입대 전 건강상 별다른 문제가 없어 자살 징후를 생각도 못했고, 만약 있었더라도 군에서 당연히 알릴 줄 알았다는 것이다. 고 일병은 입대 후 각종 검사에서 ‘자살’, ‘정신장애’ 등이 예측됐고 사망 직전엔 ‘즉각적인 전문가 지원 및 도움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있었지만, 부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행 군법이나 규정상 소속부대에서 병사의 증세를 부모나 가족에게 알릴 의무는 없다. 이에 따라 부대원이 정신질환을 앓고 군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두 병사의 경우 ‘가족 연계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정이 나왔음에도 부모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육군 관계자는 “두 병사의 경우 가족 연계 치료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관련자를 징계했다”면서도 “현행 군법상 병사들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부모에게 알려야 할 규정이 없고, 단순히 증세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단 정신질환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0년 11월 육군 병장으로 복무 중 폐결핵균이 뇌로 전이돼 8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보훈병원에 입원한 오모씨(29)는 수차례 군 의무대에 ‘속이 메스껍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호소했으나 군은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 부모는 “의식을 잃은 아들이 중환자실에서 잠깐 의식을 되찾자 휴대전화를 빌려 연락했고, 그게 마지막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2015년 7월 작성된 고모 일병 군수사기록 에서 중대장 진술 일부. 중대장은 가족에게 증상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자신의 실수'라고 진술했다. 사진=군 수사자료 참조
2015년 7월 작성된 고모 일병 군수사기록 에서 중대장 진술 일부. 중대장은 가족에게 증상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자신의 실수'라고 진술했다. 사진=군 수사자료 참조

전문가 "정신질환 문제 가족에 알려야"
전문가들은 군이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병사의 증세를 가족에게 알릴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군대 내에서 가족에게 알려줄 의무가 없다고 하면 고쳐야 한다. 자살 위험이 있을 때 가족에게 알리는 건 의료 윤리 규정에도 명시돼 있다”며 “정신 질환 문제는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가족의 도움을 통해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비전문가인 부대 책임자가 자체 판단하기보다 가족들과 같이 협조해야 한다”며 “의사들도 자살 우려가 있으면 가족한테 먼저 알린다”고 강조했다.

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육군 출신 영관급 예비역 장교는 “부대관리훈에는 병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가족과 상의하거나 가족에 도움을 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알리지 않았다고 답한 것은 군의 안일한 대처”라고 질타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최용준 기자


제목 : "아들 죽었는데 軍은 알릴 의무 없다고만" 관련 반론보도

본 신문은 지난 3월 조모 일병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부대가 조모 일병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아 부모가 조모 일병의 약물 복용 사실을 사망 이후 처음 알게 됐으며, 복무적응도 검사 등에서 우울증상이 발견되었음에도 가족 연계 치료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부대는 "조모 일병은 병가가 아닌 정기휴가 중에 사망했고, 조모 일병의 자대 전입 한 달 후 부대생활 부적응을 확인하여 병영생활상담관이 월 1회 정기적으로 상담했으며, 상담결과에 따라 정신과 치료 및 보호관리 등급 상향과 함께 분대장과 분대원들이 관심을 기울여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부대는 "조모 일병의 자대 전입 후 가정과 연계한 병사 관리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었으나, 부대에서 할 수 있는 다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졌으며, 지난 7월 4일 수방사 보통검찰부 수사 결과는 조모 일병이 개인적인 원인으로 자살하였다는것"이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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