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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석유 증산… 산유국 감산체제 깨지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9 17:09

수정 2018.07.29 17:09

"日100만배럴 이상 늘릴수도" 산유국 쿼터 따르지 않기로
뜻밖의 이득은 미국이 챙겨.. 이란의 최대 무기였던 석유항로 호르무즈 해협 차단 러시아 증산으로 무용지물
러, 석유 증산… 산유국 감산체제 깨지나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합의한 증산규모보다 더 많은 석유생산을 예고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 정부 관계자들은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이 맺었던 감산 체제가 사실상 폐기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월 이란 석유금수 조처를 앞두고 증산을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겨 준 셈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에너지부 웹사이트를 인용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 장관이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바크 장관은 "하루 100만배럴 이상의 증산이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푸틴의 뜻밖 선물?

이는 지난 6월 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 증산 가능성을 열어 뒀던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의 합의를 넘는 규모다. 당시 산유국들은 증산에 합의하면서도 2016년 감산 합의를 맺을 때 정했던 각국별 생산량 쿼터는 크게 훼손하지 않기로 했지만 러시아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쿼터 역시 무의미해졌음을 시사한다.

노바크 장관의 발언은 러시아가 산유국 쿼터를 더 이상 따르지 않을 것이고, 6월에 맺었던 합의보다 산유국들이 더 많이 증산토록 하겠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바크는 합의보다 많은 증산에 나설지 여부는 시장 여건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9월 20일 알제리에서 열리는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 각료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궤도 수정은 중동 지역 석유공급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석유수출 핵심국가인 사우디는 25일 예멘 반군의 사우디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일부 석유수출을 중단했고, 이란은 중동 석유운반의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이미 증산에 나선 상태다.

노바크 장관은 러시아가 증산을 시작해 하루 최대 25만배럴을 더 생산하고 있다면서 이전 감산규모 대부분을 상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내년에 추가로 하루 400만t, 8만배럴 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도 6월에 이미 하루 45만9000배럴을 증산했다.

■ 합의 무력화, 이란 자극할 듯

노바크의 증산발언은 2016년 감산합의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한 OPEC 관리는 노바크 장관의 발언은 "OPEC과 비 OPEC 간 (감산) 합의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페르시아만 산유국 정부 관계자도 "사우디와 러시아 간에는 쿼터와 합의 준수는 이제 끝난 얘기라는 상호 교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수석 상품전략가 헬리마 크로프트는 "트럼프의 트윗에 대한 러시아 주도의 반응은 (OPEC과 비 OPEC)간 '협력선언'을 실질적으로 깼다"고 평가했다.

한편 합의를 무력화하는 러시아의 증산 계획은 이란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석유금수조처 예고와 이에따른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증산에 반대하고 있는 이란은 시리아 내전에서는 러시아와 한 편에 서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