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사기에 블록체인 산업 멍든다

투자자 대상 사기범죄 기승.. 수사당국 신속 대응력 부실
ICO 관련 정부 입장도 문제.. 최소한의 보호조치 조차 없어

카카오를 사칭한 암호화폐공개(ICO) 투자자 모집 사이트. 카카오가 직접 자신들과 연관이 없다고 해명자료까지 낼 정도로 이슈가 됐다.
신일그룹 최용석 대표(오른쪽 첫번째)와 관계자들이 지난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을 사칭하거나 침몰한 보물선 인양 작업을 위해 코인을 발행한다는 식의 암호화폐공개(ICO) 탈을 쓴 사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신산업으로 부상하고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악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칫 이같은 사기사건들로 인해 블록체인 기업들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정부 당국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 이같은 사기 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일그룹(현 신일해양기술)은 울릉도 앞바당에서 침몰한 러시아의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싱가포르에 설립된 또다른 법인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인양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코인을 발행, 투자자를 유치했다는 점이다.

■돈스코이호 발견이 코인발행 사기로 연결

신일그룹(현 신일해양기술) 측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일그룹과 신일골드코인은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한 싱가포르 신일그룹의 대표로 명시된 유지범 씨와 한국 신일그룹의 대표이사였던 류상미씨가 인척 관계라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류상미씨는 지난 25일까지 한국 신일그룹의 대표였지만 26일, 최용석 대표로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최용석 대표는 "신일골드코인은 전 경영진인 류상미씨가 인척관계인 유지범씨와 함께 추진한 사업으로 알고 있다"며 "류상미씨와 유지범씨가 벌인 사업으로 한국 신일그룹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신일그룹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피해보신 분들에 대해서는 변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논란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코인이다. 워낙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다보니 아무런 가치도 없는 코인을 발행(이더리움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손쉽게 코인을 만들 수 있다)해서 투자금을 끌어 모은 것이다.

이에 앞서 카카오코인, 시스코코인 등 유명 IT기업을 사칭한 사기 사건도 화제가 됐다. 카카오코인의 경우, 카카오가 직접 나서 카카오와 상관없는 프로젝트라고 해명할 정도였다. 시스코코인 역시 IT기업을 사칭한 것은 물론, 업계 유력인들이 고문을 맡고 있다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인 사례였다.

■암호화폐 사기사건에 수사당국 대처 못해

문제는 이같은 사기 사건에 대해 수사당국이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홈페이지에 버젓이 허위 정보를 기재해두고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는 점을 신고해도 사이트 차단이 쉽지 않다. 수사당국이 절차를 진행하는 사이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허위 정보에 현혹돼 투자금을 입금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사기범들은 일주일이나 보름 사이에 돈을 입금받고 사라지는데 수사당국으로서는 짧은 시간 안에 입금을 차단하고 사기범을 검거에 나서는 등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특히 ICO를 진행하는 블록체인 기업들은 이같은 사기행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CO를 진행한 한 기업 임원은 "우리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비전을 가지고 좋은 멤버들과 함께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해도, 이같은 사기 사건이 계속되면 ICO 자체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같은 사기 행위를 수사당국이 철저하게 수사해 엄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ICO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사기 사건을 부추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ICO를 진행할때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백서를 반드시 공개한다거나, ICO 이후 모은 투자금의 활용 내역을 분기별로 투자자에게 공지해야 한다는 식의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투자자들도 이런 사기 사건에 대한 우려를 덜고 투자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