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래없는 울산고래축제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로 시작되는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은 고래에게도, 울산에게도 꿈이 될 수 없는 슬픈 노래다.

1995년 시작돼 무려 24회째 이어오고 있는 울산고래축제는 매년 5월에 열리지만 "도대체 고래가 실제 존재하느냐"는 물음, 즉 정체성 논란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울산시 평가보고회에서도 어김없이 정체성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고래에 대한 실체가 없는 축제"라는 이유에서다. 환경단체에서는 축제의 주제인 '고래의 꿈'과 '청년의 꿈' '울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동해바다가 고래의 서식처로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울산에는 고래가 거의 없어 '무늬만 고래축제'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울산에는 고래가 없는 곳이 또 있다. 그것도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된 지 자그마치 56년이나 된 '울산귀신고래 회유해면'이다. 이곳은 울산대교 앞에 펼쳐진 울산 앞바다다. 과거 귀신고래가 해안 가까이 자주 출몰하던 데서 붙여졌다. 귀신고래는 겨울철 울산 앞바다를 찾아 1마리의 새끼를 낳고 기르다 여름에는 먹이를 찾아 오호츠크해 북단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울산 앞바다의 해안선이 석유화학단지, 조선소, 수출입 선적부두 등으로 조성되자 귀신고래는 반세기 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오일허브를 위한 신항 건설 등을 고려하면 귀신고래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울산시는 이런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008년 환경생태도시로서 이미지 개선과 고래테마 관광도시 조성사업을 위해 '울산극경회유해면'(귀신고래(克鯨)가 유영하는 바다)을 '울산귀신고래 회유해면'으로, 또 강원도와 경상남북도뿐이던 관리 주체에 울산을 포함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귀신고래의 회귀와 서식처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문이다.
관광홍보를 위해 귀신고래 목격 시 현상금을 내건 것이 고작이다.

울산귀신고래회유해면도 이름만 필요했고, 고래축제도 이름만 있을 뿐 그 실체인 고래는 없는 게 현실이다. 해양·중화학산업 성장과 바다환경 보호라는 묘한 이중성을 내포한 채 울산시 고래축제의 정체성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