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사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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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안 된다고들 한다. 어제오늘 이야기도 아니다. 식당을 하시는 분들의 이 같은 하소연은 숱하게 들어왔지만 솔직히 그러려니 했다. 사무실 밀집지역인 여의도권에서 생활하다 보니 줄을 서야 점심을 먹는 식당 풍경에 익숙해 썩 와닿지 않았다. 상황을 한참 오판했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지난 27일 점심 때 서울 여의도 한 식당의 30여석 남짓한 가게 테이블을 채운 건 우리 팀 7명뿐이었다. 불볕더위 속에 맞은 중복이어서 단체손님이 있을 법한 날이었지만 오후 1시까지 이어진 점심 시간 때 한번의 회전율도 채우지 못했다. 여의도는 은행, 증권사, 금융 공공기관 등이 밀집해 있어 대표적인 평일 상권지역이다. 수요가 꾸준해 경기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장사를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상권은 시들해지고 있다.

식당 등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자들이 추락하고 있다. 여의도뿐만 아니다. 논현동이나 신촌 같은 서울의 대표 상권에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한다. 여의도는 과거 1~2층 상가가 비면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이 나오기 전에 거래가 끝났지만 최근에는 권리금을 아예 없애고 월세까지 낮춰도 찾는 전화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외환위기 때보다 힘들다는 하소연이 일상화됐다. 상권침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집계한 올해 2·4분기 전국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이 10.7%, 소형이 5.2%를 각각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각각 1.1%포인트씩 높아졌다. 영세 상인들이 주로 찾는 소형 상가는 공실률이 5분기 연속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는 전국적 현상이다. 수익구조 또한 악화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신용카드사 매출 통계를 기반으로 내놓은 통계치에 따르면 올 1·4분기 자영업자 매출은 1년 전보다 평균 12.3% 감소했다. 소매업은 1년 새 매출이 4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자영업 붕괴 원인은 복합적이다.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과당경쟁이다보니 지난해 자영업자 수익 증가율은 1.0%로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홀로 영업하는 영세가게가 400만명에 이를 정도다. 여기다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제조업 가동률이 둔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는 훨씬 냉랭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7월 향후 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자영업자가 79로 봉급생활자(91)보다 12포인트 낮다. 여기에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비용도 늘었다.

문재인정부가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 아래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한 것은 '자영업 붕괴'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일회성, 반짝 효과에 그치는 대책에 정부 재정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폐업해도 재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아 다시 창업하고 또 망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유일한 방안은 기업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너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리스, 터키, 멕시코 등에 이어 자영업자 숫자가 많다. 경제를 안정적 성장구조로 만드는 동시에 효과적인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이야말로 최고의 자영업 지원책이면서 근본 해법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