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최저임금 땜질에 동원된 세법개정안

저소득층 3조8000억 지원.. 정책 실패를 세금으로 메워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달래기에 나섰다. 내년 저소득층에 근로장려금(EITC) 지원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30일 내놓았다. 총 지원규모가 현재의 1조2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지원대상도 166만가구에서 334만가구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세수는 향후 5년간 2조5000억원 줄어든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근로빈곤층의 소득증대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경제는 올 들어 최저임금이 16.4% 오른 이후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위 20%의 소득은 1년 전에 비해 8% 줄어든 반면 상위 20%는 9.3%나 늘었다. 취업자 증가 폭도 예년의 3분 1 수준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그 결과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는 아랑곳없이 내년에도 최저임금은 10.9%나 오른다.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강력히 반발하면서 전국적인 불복종 운동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근로장려금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이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다.

근로장려금을 늘리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저소득층 복지혜택 가운데 근로의욕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지원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 정책 실패로 빚어진 구멍을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현실이다. 정부가 애당초 최저임금 인상률을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했다면 안 써도 될 세금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10.9%나 올리기로 한 것은 외골수다. 정책 실패의 뒷감당을 위해 거액의 세금을 투입하는 마당이라면 실패한 정책을 전면 수정해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개선책을 찾기보다 기존 정책을 고수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세금으로 메우면 된다는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반면 주택임대소득 과세 범위를 확대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주택임대소득은 현재 연간 2000만원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14% 분리과세가 도입된다. 금융소득은 현재 14% 분리과세가 시행되고 있다.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을 세제상 우대하는 현행 제도의 허점을 바로잡은 것이다.
주택임대소득 개편이 당장의 세수 확대보다 등록을 유도하는 데 역점을 둔 것도 바람직하다. 기본공제, 필요경비, 건강보험료 차등화를 통해 미등록 사업자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돌아가게 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임대주택 활성화와 임대소득 투명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