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최저임금 인상 파장 '대전 중앙시장' 가보니 "내년 최저임금 벌써 반영… 부담 백배"

인력사무소 일당 바로 올려 2년여 전보다 1.5배 올라..직원들 근로기준법 따지기도

대전 원동에 위치한 '중앙시장 활성화구역' 내 중앙도매시장 입구 전경

【 대전=한영준 기자】 "나라가 거꾸로 돌아가나 봐요." 대전 원동에 위치한 중앙시장의 한 식당에 들어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에 대해 물으니 식당 주인이 한숨을 푹 쉬며 남긴 말이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도 예전처럼 되는 게 아닌데 최저시급만 올라 힘들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30일 대전역 앞에 있는 대전 중앙시장 활성화구역을 찾았다. 17개의 작은 시장들이 하나의 구역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대전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 구역이다. 약 2500개의 점포서 5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3만원이던 일당, 4만5000원으로 올라"

2년 동안 약 2000원이 오른 최저임금은 전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시장 상인들에게 묻기 전까지 최저임금 인상이 전통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 생각했다. 시장 점포들은 1인 사업자가 대부분이고 가족경영을 하는 곳도 많다. 임금을 줄 사람이 없으니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도 적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중앙시장 먹자골목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한 50대 한모씨는 "난 가게를 혼자 운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점심시간 때나 예약손님이 있을 때는 일손을 도울 사람을 인력사무소에 연락해서 부른다"고 전했다.

한씨는 "사람을 부를 때 보통 5시간 단위로 부른다. 한 시간만 일해도 다섯 시간의 임금을 줘야한다"며 "사람을 계속 쓰는 게 아니고 그때그때 부르는 거라 100원 단위는 웬만하면 올림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019년 최저임금이 발표된 직후부터 사람을 한 번 부를 때 4만5000원이 든다. 시간당 임금 9000원에 5시간을 곱해서 나온 일당이다. "아직 최저임금은 7530원"이라고 말하자 "내년 최저임금이 발표되면서 인력사무소는 바로 올리더라"고 말했다. 그는 "2년여 전보다 1.5배가 올랐다"며 "그동안 매출은 그대로였는데 부담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점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한복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평소엔 남편이랑 둘이 하다가 바쁠 때 사람을 몰아서 부르는 편"이라며 "일하는 사람을 잠깐씩 불러서 최저임금 이상을 지불하는데 최저임금이 한 번에 크게 오르다보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상인회 한 관계자는 "집합상가 경비원 같은, 상인회에서 지불되는 인건비가 오르면서 상인회비도 오르고, 개별 상인들이 지는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통시장 공동체 무너져"

많은 상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단순히 경제적 부담만 주는 건 아니라고 전했다. 경제적·법적인 문제 때문에 전통시장이 갖고 있던 지역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중앙도매시장의 한 상인은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직원들이 '근로기준법을 왜 제대로 지키지 않느냐'며 사장들과 싸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점포 사장이나 직원이나 몇 년간 같이 일하면서 서로 힘든걸 아는 처지지만, 법이 복잡해지면서 싸움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제도 변화에 취약한 전통시장이 임금과 근로시간 제도가 급변하면서 제대로 적응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수건 도매업을 하는 한 점포에 들어가 최저임금에 대해 묻자 사장은 답변을 꺼렸다. 점포에서 일을 돕고 있는 노인의 눈치를 봤다. 제대로 고용 계약서를 쓰진 않았지만 그 노인은 이 점포의 직원이었다.

점포 상인은 "가끔 손이 필요할 때 자식들이나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다"며 "그러나 평상시엔 알고 지내던 분에게 연락해서 소일거리를 부탁한다"고 운을 뗐다.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는데 다 챙겨주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너무 급격히 올라서 다 챙겨주진 못한다"며 "서로 상황을 알아서 그러려니 하는데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한편 많은 상인들은 "최저임금과 상관없이 어렵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한 상인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혼자 점포를 운영한다"며 "혼자 있는데 최저임금이 무슨 상관이겠나.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나가라"고 기자를 몰아붙였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