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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 임박… 기업 피해 가시화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31 17:09

수정 2018.07.31 17:09

美 이란 2차 제재 부활하면 금융거래 막히며 수출 타격
현대차 시장 철수 가능성에 현대상선 물동량 감소 전망
이란 시장점유율 절반 차지 삼성 스마트폰도 수출 막혀
이란 제재 임박… 기업 피해 가시화

미국의 1차 이란 제재 복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사실상 사업 포기 결정을 내리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로 예고된 2차 제재가 복원되면 금융거래가 막히면서 제재 품목이 아닌 스마트폰 등 완성품과 완성차의 수출길까지 막힐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7월 31일 업계에 따르면 반조립제품(CKD) 형태로 이란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최근 현지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경제 제재 부활 방침을 밝힌 이후 국내에서의 부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현대차의 현지 조립 협력업체인 케르만모터는 지난달 준중형 승용차 엘란트라를 사전 구매 예약한 소비자에게 차를 인도하지 못할 수 있다고 통보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현대차는 이란 3위 자동차 회사인 케르만모터에 반조립 부품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i10, i20의 판매를 시작, 올해 들어 아제라(그랜저), 소나타, 액센트 등 현지 조립 차종을 확대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의 경우 미국 제재 복원에 따라 90일의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6일 이란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

국영 자동차업체인 사이파와 CKD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란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130만대 가량으로, 중동에서도 수요가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때문에 지난 2016년 이란 경제 재제가 풀리자마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란 자동차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차가 이란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1만5000대 가량이지만, 향후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현재로썬 경제 제재 상황을 관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2차 제재가 시작되는 11월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이란산 원유 수입과 연계된 원화결제계좌를 통해 대(對)이란 수출 대금을 받고 있는데, 미국이 예고한대로 2차 제재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 사실상 금융 거래가 막히게 된다. 이미 달러와 유로 등 결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원유 수입으로 개설된 원화결제 시스템은 국내 기업들은 유일한 금융거래 통로였다.

때문에 제재 품목에 포함이 안된 완성차와 스마트폰, 가전기기 등 완성품 수출 역시 11월부터 사실상 불가능해 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는 CKD 방식 이외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그랜저, 쏘나타 하이브리드, K5하이브리드 등을 이란에 수출하고 있다. 이란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1% 정도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지에서 2000만명 가량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 물량 수출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란이 수입하는 가전 제품 중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50% 이상을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중동팀장 변호사는 "미국이 예고한대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실제로 전면 중단된다면 원화결제계좌에 입금이 안되면서 비제재 품목 수출길도 막히게 된다"면서 "기업들은 유예기간 스케줄에 맞춰 사실상 철수를 준비하면서 이란 원유 수입 예외국 지위를 인정하는 협상 과정을 모니터링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 해운업계도 제재가 복원되는 11월 4일에 맞춰 이란 기항 중단을 준비하고 있다. 중동노선(KME)을 통해 이란을 거치는 현대상선은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될 경우 이 노선 물동량이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2월 이란 철도청과 9293억원 규모의 디젤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차량 설계 작업도 시작 못한 상황이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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