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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물밑협상] ‘관세압박’ 강도 높이는 美… 中은 성장둔화에 사면초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1 17:13

수정 2018.08.01 17:59

협상타결 절실한 中.. 증시 하락·자본유출 우려 무역전쟁 충격파 가시화
강공책 지속하는 美.. USTR 대표도 강경 태도
트럼프, 5월말 합의 파기, 이번합의도 이행 장담못해
[미·중 무역전쟁 물밑협상] ‘관세압박’ 강도 높이는 美… 中은 성장둔화에 사면초가

【 서울·워싱턴DC=송경재 기자 장도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부터 적용 가능한 2000억달러어치 추가 관세율을 당초보다 높은 25%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는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물밑협상이 재개됐다는 소식도 나온다. 이 역시 이르면 1일(현지시간)부터 적용되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를 앞두고 전면적 무역전쟁은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의 말을 인용, 현재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협상 재개를 위한 비공식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구체적인 시간 계획표, 논의 주제, 협상 형식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도 미·중 간 협의가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수주일 동안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간 고위급 대화가 이번주에 재개됐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제품 160억달러어치에 추가 관세를 물리고, 중국 역시 이에 보복으로 맞서면 미·중 무역전쟁에는 본격 드라이브가 걸릴 수밖에 없다.

■"협상재개 중국이 더 절실"

미국의 '2000억달러 추가 관세 25% 인상 카드'는 중국 지도부가 무역전쟁 속에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과 시기가 겹쳤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부채경감 드라이브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성장 저해를 우려해 대출 억제정책을 완화하고 경기부양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미국의 관세압박이 중국 지도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을 강화하는 카드를 내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협상재개의 필요성은 미국보다 중국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세가 둔화됐고, 증시는 크게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자본유출 우려도 확대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개월 만에 최저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약간 하회한 7월 PMI는 미·중 무역전쟁 영향을 반영한 첫 번째 공식 데이터로 중국 경제성장이 무역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추가 신호로 간주된다.

이번 관세를 촉발한 '슈퍼 301조' 조사와 관련해 전권을 갖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역시 압박과 타협이라는 강온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 라이트하이저의 강경 노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겉으로 드러내 보이는 노선과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주에도 중국과 무역분쟁은 '만성적 문제'라면서 이번에는 쉽사리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고, 이에 맞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미국이 '강탈'하고 있다고 미국을 공격했다. '배드캅, 굿캅'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구슬리는 전략으로 보인다.

■협상결과 트럼프 또 뒤집을 수도

그러나 이번 물밑협상 결과도 아직은 예단할 수 없다. 극적 합의에 이른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지난 5월 양측의 합의는 휴지 조각이 된 적이 있다.

미·중 양측은 지난 5월 므누신 재무장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첫 공식 협의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모두 3차례에 걸쳐 공식 협상을 벌였고, 5월 말 류 부총리가 무역흑자를 줄이도록 한다는 내용의 워싱턴 합의를 발표하면서 무역전쟁 우려가 가시는 듯했다.

그러나 양측 공동합의문 발표 수일 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다른 틀을 활용했어야만 할지도 모르겠다"면서 합의를 파기하고 중국 제품에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USTR에 지시했고, 7월 중국제품 340억달러어치에 관세가 매겨지면서 공식 협상은 깨졌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부과가 협상에서 미국이 제시한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돼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경직된 태도도 양국 협상의 장애물로 꼽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갈등은 충분히 해소가 가능하지만 중국의 통상정책은 이데올로기와 연결돼 있어 미국과의 협상이 한층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FT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제조 2025'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는 목표라고 분석한다.

dympn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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