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디지털시대에 주산.웅변 '아날로그 교육' 뜬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6 10:54

수정 2018.08.06 11:05

-주산, 웅변 과거 80년대 교육 주목 
-아날로그교육, 학생 정서와 심리와 연관 
-학부모 커뮤니티 ‘학원 추천해달라’는 글도 
디지털시대에 주산.웅변 '아날로그 교육' 뜬다

“요샌 숫자를 셀 수 있는 나이부터 주산을 시작하더라고요. 유치원, 초등학교 때 아이들 두뇌발달이 활발한 시기여서 부모들이 관심을 갖는 거죠”
직장인 신선하씨(40·여)는 지난달부터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주산학원에 보냈다. 아들이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어른들도 핸드폰에 중독 돼 책을 읽거나 진득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잊은 것 같다”며 “아들이 단순히 공부를 잘하기 위한 마음 보단 집중력을 길러주기 위해 주산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계산기 보단 암산이 더 집중력 길러"
주산, 웅변 등 1980~90년대 인기 사교육이 다시 주목받는다. 묻기만 해도 답하는 인공지능(AI)스피커가 있는 세상에서 머리로 셈하고 눈을 보며 말하는 ‘아날로그교육’이 되레 부각되기 때문이다.

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7년 서울시 초등학교 596개 중 방과후학교에서 주산을 가르치는 학교는 454개이다.
10개 중 8개꼴로 초등학교에서 주산교육은 활성화됐다. 한국주산암산연구회 김준식 전무는 “2005년도부터 10년간 꾸준하게 주산 교사 자격증을 따는 수가 많아졌다. 대학, 평생교육원 등에서 교사를 많이 양성했다. 지금은 주산이 보편화된 상태”라고 밝혔다.

18년간 방과후학교에서 주산을 가르친 윤경순 강사(49·여)는 “십년 전만 해도 이제 쓰지도 않는 주판을 누가 좋아하겠느냐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 분위기는 다르다”고 전했다. 윤 강사는 “방과후학교에서 주산은 인기 강좌다. 손가락으로 주판을 만지고 머리로 암산을 하는 게 계산기와 다르게 머리 쓰는 재미를 알려준다”고 덧붙였다.

주산에 대한 연구 결과도 긍정적이다. 순천향의대 정신과 이소영 교수와 가천의대 정신과 나경세 교수 연구팀은 주산이 수학능력뿐 아니라 주의력과도 연결된다고 봤다. 특히 주산을 배운 학생들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밀접한 충동조절능력이 두드러졌다고 연구결과를 내놨다.

■웅변에서 스피치로...시대에 따라 변화
과거에 비해 자기주장이 중요하고 대학입시 및 취업에서 면접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다보니 웅변도 학부모 관심이 크다. 웅변학원이 많지 않다보니 학부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학원을 추천해달라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자녀를 초등학교 내내 웅변학원에 보낸 김경이씨(52·여)는 “웅변이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용기를 가르쳐줬다”며 “천천히 말하고 듣는 연습하며 인성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스피치·웅변협회 김경석 회장은 “과거 웅변이 활성화되던 70년대는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차원에서 강한 주장을 펼치는 게 중요했다”며 “현재는 토론문화가 생기며 상대의견을 듣고 말하는 스피치가 기본이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도 몇 해 전 웅변협회에 스피치를 더해 협회이름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아날로그교육’이 학생 정서 심리를 중시하는 분위기와 함께 재평가된다고 본다. 이범 교육 평론가는 “과거 사교육이 입시만 강조했다면 지금은 학생 심리와 정서를 주목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눈에 띈다”며 “웅변은 자신감 등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최근 댄스, 농구처럼 학교 성적과 상관없이 아이들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에 초점을 맞춘 학원도 인기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