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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종원 경제수석 "투자구걸 발언은 金부총리 노력 폄하한 것"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6 18:00

수정 2018.08.06 20:59

소득주도성장론 구원투수로 투입
기업 투자지표 예의주시 
금융혁신 예고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6일 청와대 연풍문 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향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6일 청와대 연풍문 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향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정부와 기업은 '건강한 관계'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애로를 해소해 준다고 해서, 정부가 대신 뭘 해달라든지, 과거처럼 기업에 압력을 넣는다든지 하는 건 건강한 관계가 아니지요. 이 정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을 경제수석으로 들어와서 확인했습니다."

피해갈 수 없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만남을 둘러싼 청와대의 '투자 구걸 논란'에 대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내놓은 '모범 답안'이었다.


서울에서 날아든 '귀환 통보'에 지난 6월 말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직을 뒤로 하고, 문재인정부에 합류한 지 약 40여일. 좌초 위기에 몰린 소득주도성장론을 포용적 성장론으로 살릴 구원투수이자, 내각과 청와대 간 조정자로서, 또 정책통으로 자신만의 '경제모델'을 궁리 중인 그를 6일 청와대 연풍문 회의실에서 만났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김범석 기자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김범석 기자

기재부 최장수 경제정책국장(2009년~2011년)을 지낸 분석가답게 지표 얘기부터 했다. "투자가 좋지 않습니다. 작년에 설비투자가 14%(전년비)나 증가, 기저효과가 있지만 어쨌든 숫자로 보면 투자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대화는 자연히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으로 이어졌다. "우리(정부가)가 해외기업도 국내 유치를 위해 나서는 마당에 국내기업에 가서 투자·고용을 늘려달라고 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게 옛날처럼 기업에 투자를 강요한다든지 하는 건 아닌데, 누가 가서 하라는 모습 자체가 썩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삼성이 투자)발표를 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김 부총리가)가면(모를까)…다만,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에 대해 청와대가 '구걸'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는 기업 투자를 위한 부총리의 노력을 너무 폄하하는 것이죠. 거기에 대해 저도 화가 많이 났습니다." 윤 수석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자신 모두 김 부총리에 삼성 방문에 제동을 거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 간 '건강한 관계'에 대한 발언은 인터뷰에서 두어번 더 나왔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에 내년도 예산을 올해 대비 10% 이상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 윤 수석은 확장적 재정정책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재정을 많이 빠르게 늘리면,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지금 경제가 충격요법을 줘야 하는 상황이냐. 그렇지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기계적인 두자릿수 증액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금융에 대해선 이번 인터뷰 중 가장 센 발언이 나왔다. "국내 금융업계는 '독과점내수산업'이죠. 사회가 필요로 하는 혁신 자본, 모험자본에 대한 공급(대출)기능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하는데, 왜 금융기관에 진입제한을 두었겠습니까. 그게 그 분들 좋으라고, 월급 더 가져가시라고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게 금융이 돌아가야죠." 그는 보호와 규제를 자율과 책임으로 전환하고, 공급자 중심의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등의 '금융혁신'을 구상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에 대해선 "(증가)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적절히 제어할 필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증세에 대해선 현재 정부가 "명목세율 조정해 증세를 할 계획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부자증세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김범석 기자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김범석 기자

끝으로 "한국경제의 컨트롤타워가 누구냐"고 물었다. "경제는 혼자 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팀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장하성 실장이나 김동연 부총리가 모든 상황에서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할 순 없죠. 다만 팀으로서 좀 더 자주 만나고, 경제 현실에 대해서 인식을 같이 하고, 같이 해법을 논의하는 게 중요하죠." 그는 지난주 김 부총리를 만나고 왔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 간 월례 회동은 두 사람의 해외출장과 여름 휴가 등으로 아직 두번째 회동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윤 수석과 첫 대면에서 "장악력이 세 다면서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취임한 지 두 달. 그는 "지금 그 답을 찾아나가고 있다"고 했다.

테니스광인 그는 매주 토요일 이른 오전엔 테니스를 친 뒤 청와대 여민관 사무실로 출근한다.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했다.
인터뷰 당일인 이날도 10여개 회의를 소화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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