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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론, 금융불안 뇌관 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7 15:36

수정 2018.08.07 15:36

레버리지 론, 금융불안 뇌관 되나

금리 상승기를 맞아 레버리지 론이 금융시장 불안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국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그동안의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통화정책 ‘정상화’로 선회하면서 그동안 급증한 레버리지 론이 새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최근 들어 레버리지 론 가운데 금리가 오른 대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신용도 낮은 금리상품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고 있는 초기 신호라는 일부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흐름은 올 봄부터 움트기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 점점 그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올들어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4월 엔지니어링 업체인 맥더모트 인터내셔널의 인수합병(M&A) 자금 마련이 꼽힌다. 맥더모트는 경쟁사인 CB&I 인수를 위해 23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론을 마련하는데 애를 먹었다.


당시 레버리지 론을 담당한 투자은행가들은 가산금리를 당초 제시했던 것보다 0.75%포인트 높인 5%로 제시한 뒤에야 4월에 투자자들과 계약할 수 있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자회사로 레버리지 론 데이터를 집계하고 분석하는 업체인 S&P 글로벌 LCD에 따르면 최근 들어 레버리지 론을 발행하는 기업들은 평균 가산금리를 이전보다 0.5%포인트 더 얹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에만 해도 레버리지 론 가운데 가산금리 인상을 제시한 비중은 12%였지만 6월과 7월상반기에는 그 비중이 30%로 늘었다. 주간사 은행들에 따르면 이는 정상 금리 시절 대출상품에 투자하지 않던 투자자들의 응찰이 줄었기 때문이다.

신용도 낮은 기업의 은행대출들을 묶어 이를 담보로 발행되는 증권인 대출담보부증권(CLO)도 마찬가지 처지다.

다만 아직은 상황이 양호한 편이다.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금리가 고정된 채권보다는 레버리지 론 같은 변동금리 상품의 수익이 더 낫기 때문에 수요는 여전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그동안 위험이 높은 레버리지 론 시장을 부풀려 놓은 1차 배경인 중앙은행들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양적완화(QE)가 끝나면 보통 때는 레버리지 론에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중앙은행들이 채권매입을 통해 시중에 풀었던 돈을 회수하거나, 매입 규모를 줄이면서 국채, 신용등급 높은 회사채 등 전통적인 고정수익 자산들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채권 수익률이 정상에 가까워지면 금리 상승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구태여 레버리지 론의 높은 위험성이나 복잡한 상품구조를 무릅쓸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금리 상승은 다른 한편으로는 레버리지 론을 발행한 기업들을 이중의 궁지로 몰아넣는다. 금리 상승기에 일반적인 주가 상승세 둔화 또는 하락으로 인해 이들의 기업평가액이 줄어드는 한편 빚은 그 비중이 더 높아진다.

같은 레버리지 론이지만 이전 저금리 상황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해지고, 자금마련 역시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결국 차환 위험을 크게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금리 상승으로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한다는 것보다 금리상승에 자극 받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면서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레버리지 론 차환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는데 있다.

레버리지 론 가운데 40% 이상이 기존 대출을 차환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과 일본 등의 통화정책 기조가 ‘정상화’로 확실히 방향을 잡기 시작하면 한계기업부터 시작되는 줄도산과 이들 금융상품에 투자했던 펀드들의 수익악화 등이 겹쳐 금융시장을 흔드는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용어설명>
레버리지 론(Leveraged Loan) =레버리지 론은 이미 부채 규모가 상당한 수준의 개인이나 기업이 더 빌린 돈을 말한다.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도 레버리지 론에 포함된다. 투기등급 기업들이 빌리는 돈을 레버리지 론으로 부르기도 한다.
레버리지 론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간주되고, 따라서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회사채와 달리 레버리지 론 발행은 증권이 아닌 대출 계약 형식이다.
채권자에게서 돈을 빌리되 변동금리가 적용되고, 이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채권에 비해 수익이 더 높은 장점이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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