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이재웅 혁신성장본부장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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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동력이 바닥나서 내가 나왔다."

지난 4월 스타트업 쏘카 수장으로 복귀한 이재웅 대표가 던진 일성이다. 이 대표는 쏘카 최대주주지만 경영 일선엔 나오지 않았다. 10여년 만에 대표로 복귀한 그는 "사회혁신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겠다"고 했다. 스타트업 안팎을 둘러싼 환경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는 얘기다. 특히 승차공유업체들은 번번이 기득권 논리에 밀려 사업확장 기회를 놓쳤다. 지난해 11월 국내 카풀서비스 1위 업체인 풀러스는 이용시간을 기존 출퇴근 시간대에서 낮 시간대까지 늘렸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불법이라며 규제했다. 현행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자가용 자동차 운전자는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울 수 없다. '출퇴근 때'만 예외를 둔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이 범위를 좁게 해석하면서 풀러스는 사업확장 기회를 잃었다. 경영난을 겪은 풀러스는 대표마저 갈아치우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콜버스랩의 전세버스 공유서비스도 국토교통부가 운영시간을 제한해 반쪽짜리 사업이 됐다. 미국 차량공유업체 우버도 지난 2013년 한국에 상륙했다 불법으로 낙인 찍혀 2년 만에 철수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는 한국에서 카풀사업을 접었다. 승차공유업체 럭시 지분을 사들였지만 택시업계가 불매운동을 하겠다며 반발하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투자한 지 불과 7개월 만이다.

기득권의 논리에 옳다 그르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와 부처, 지자체가 기득권의 눈치만 보는 모양새다. 대기업이 만든 자동차를 몰고, 지역 곳곳의 표를 좌우하는 택시업계 종사자의 의견을 무시하긴 어렵다. 하지만 부처와 지자체는 택시업계를 포함한 기득권층을 설득하는 데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택시업계와 승차공유업체 간 토론회를 추진했지만 한번도 양측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 적이 없다.

지난달 말 정부는 이재웅 대표를 혁신성장본부 공동 민간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스타트업과 기득권 간 갈등중재에 힘이 부친 정부가 이재웅의 등을 떠민 모양새다. 이번에도 택시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가 혁신성장본부장을 맡자 택시노조 등 4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사회적 논란의 상대방인 사기업의 대표를 정부기관의 대표로 선임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과연 갈등을 풀 수 있을까. 이재웅 대표는 "사회 규칙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상대방 상황도 이해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과 기존 업체 간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을 찾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 대표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창업한 벤처 1세대다. 닷컴 성장기에 회사를 키운 경영자로서 그 누구보다도 성장의 기쁨과 규제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규제가 많아 스타트업 지옥으로 불린다. 이 대표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기대가 크다. 잘 풀어나간다면 한국을 세계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키울 수 있다.
ksh@fnnews.com 김성환 정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