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일본 임금증가 속도 21년만에 최고..그런데 물가는?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8 14:47

수정 2018.08.08 14:47

일본 임금 증감률 추이; 전년동기비, 단위:% /사진=팩트세트, WSJ
일본 임금 증감률 추이; 전년동기비, 단위:% /사진=팩트세트, WSJ

일본 주식 투자자들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난 임금상승률에 ‘웃픈’ 모습을 보이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임금 상승은 기업에 비용압박 요인이 되기 때문에 주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한편 일본 경제의 고질병인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악순환을 끊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용 압박이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담금질해 자동화, 효율성 제고 등으로 이어지면 장기적인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날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 노동자들의 임금 증가 속도가 21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무제한 돈풀기’라는 양적완화(QE)를 지속 중인 일본은행(BOJ)에 작은 승리라고 WSJ은 지적했다.

6월 기준 노동자들이 받은 총 현금 급여는 지난해 6월에 비해 3.6% 뛰었다.
1997년 이후 21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세다.

두번째로 높은 증가율 1.5%에 비해서도 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높은 임금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목표하고 있는 2%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여전히 요원할 전망이다.

실업률이 2.4%로 바닥을 기고는 있지만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물가는 늘 안정되거나 떨어질 것이란 소비자들의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물가를 크게 끌어올리는데 장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BCA 리서치의 외환전략 담당 부사장 매튜 사바리는 “인플레이션이 의미있는 상승세를 보이려면 일본 노동시장이 제대로 된 (물가상승의) 압력밥솥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3.6%라는 높은 상승률에도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 내용이 변변찮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률 상당분을 차지한 게 일회성의 초과근무수당이나 성과급이었다는 점이다. 초과수당과 보너스를 빼면 임금 상승률은 절반도 안되는 1.3%에 그친다. 여전히 20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지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는 아니다.

임금 상승 대부분이 일회성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면 소비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제약이 없더라도 일본 소비자들은 그동안의 오랜 디플레이션 경험을 토대로 월급 봉투가 두둑해진다고 해도 갑작스레 흥청망청 소비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

총무성에 따르면 6월 가계지출은 급격한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전년동월비 1.2% 줄었다. 2% 인플레이션 목표는 여전히 도달하기 어려운 고지라는 점을 보여준다.

임금상승은 또 다른 한편으로 일본 경제, 특히 증시에 부담이 될 수도, 호재가 될 수도 있다.

우선 그동안 외부 충격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했던 일본 기업들의 사내유보현금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현금보유 규모는 200조엔 수준으로 임금 상승은 보유현금이 잠식당하기 시작했음을 뜻하는 것일 수 있다.

노동집약산업은 이미 임금상승으로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 배송업체인 야마토 홀딩스, SG 홀딩스 등은 최근 수년 동안 노동비용 상승에 따른 실적 악화를 이유로 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이 같은 비용 압박은 잘 대처한다면 중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선임 투자 스페셜리스트 토니 글로버는 “많은 이들이 임금 상승은 ‘주식회사 일본’에 악재라고 말한다”면서 “그러나 비용압박이 자동화, 효율성 제고, 생산성 제고의 동력이 된다면 이는 정말 희소식이다”라고 지적했다.

임금상승은 이와함께 일본 기업간 인수합병(M&A)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지수펀드(ETF) 위즈덤트리 인베스트먼츠의 일본 부문 책임자 제스퍼 콜은 노동력 부족과 이에따른 마진 감소는 합병을 촉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간 M&A 자료를 추적 조사하는 MARR온라인에 따르면 일본 기업간 M&A 규모는 올해 사상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