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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분양가 심사 논란에… "명단·회의록 다 공개하자"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8 17:07

수정 2018.08.08 21:19

"건설사 폭리차단 취지 부합" 경실련, 공개 필요성 제기
현 주택법 시행령 준거 회의내용 등 비공개 원칙
국토부, 심사위원 공개 검토
깜깜이 분양가 심사 논란에… "명단·회의록 다 공개하자"


'깜깜이 분양가' 심사위원 구성과 회의록을 공개해 분양가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각 아파트 단지 분양가는 일정 기준을 갖춘 해당 분야 전문가 6인 이상이 심사하고 있지만 심사위원과 회의 과정 공개에 대한 법률·제도적인 장치가 없다. 때문에 검증이 어렵고 분양가 비리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심사위원 공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분양가 심사가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분양가 심사 비공개가 원칙?

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각 지자체가 임명한 분양가 심사위원이 적정성을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분양가 심사위원 구성, 회의 내용의 경우 법률적으로 공개 의무가 없어 관행상 비공개 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개가 되고 있다.


현재 분양가 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건설회사가 택지 가격, 공사비, 금융비용, 인근 지역 아파트와의 시세 등을 고려해 희망 분양가를 지자체에 제출한다. 이어 각 지자체의 시장·군수·구청장은 일정 자격을 갖춘 전문가 6명 이상을 '분양가심사위원'으로 지정하게 된다. 이렇게 소집된 분양가 심사위원이 분양가의 적정성을 판단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자체 심사를 통과한 아파트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속할 경우 추가적으로 분양가를 심사해 분양 보증서를 발급해 준다. 고분양가 관리 지역은 서울 전 자치구, 경기 과천,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등등이다.

문제는 현재 주택법에 따라 분양가심사위원 명단과 회의 내용 등이 대부분 비공개 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법 시행령 65조 6항에는 '위원회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할 수 있다'라고 명문화 돼 있어 사실상 비공개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개를 하고 있다. 심사위원 명단 공개에 대한 법률 조항은 아예 없다.

■누구를 위한 비공개인가?

건설 업계 등은 심사위원 명단 비공개 관행에 대해 "주택 사업이 이권 규모가 큰 만큼 심사위원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명단 공개가 될 경우 이권단체의 로비 등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근거다.

하지만 대규모 이권 사업, 심사위원 독립성 등 동일한 이유로 앞서 심사위원을 공개하지 않았던 면세점 사업권(특허권)의 경우 오히려 이로 인해 정권 개입설, 업계 과당 경쟁 등의 부작용만 불러왔다. 특히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관세청은 심사위원 공개를 골자로한 개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 320여개 지자체 중 현재 전주시, 과천시 등 10개 미만 지차체는 자체적으로 분양가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과천시의 경우 분양가 심사위원 명단 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관련법을 무시한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택법 시행령에는 분양가 심사에 시공사 등 이해관계자를 심사위원으로는 위촉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과천시는 지난해 8월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건립하는 아파트 분양가 심사위원에 이해관계자인 대우건설, 금호산업과 대우건설에 토지를 분양한 LH 직원 등을 포함시켰다. 올 초 심사위원 공개 조례 제정과정에서 심사위원 명단 공개를 앞두고 과천시는 심사위원 10명 중 문제 소지가 있는 3명을 교체했다.

과천시에 해당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제갈임주 과천시의원은 "현행법 상 분양가 심사위원 명단공개, 회의 내용 공개 등이 명문화 돼 있지 않아 사실상 분양가 결정 과정에서 건설사 유착이 발생하기 쉽고 사후 확인도 힘든 상황"이라며 "분양가 심사 이후에 사후 회의록을 공개하고 심사위원 명단도 공개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된 3명의 심사위원 뿐 아니라 10명의 심사위원 전원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분양가 심사위원 및 과정 공개 검토

현재 주택법 시행령은 분양가 심사위원 명단 공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회의 내용도 사실상 비공개가 원칙이다.

깜깜이 분양가 심사로 건설사는 사업비를 부풀리고 그 피해는 서민들이 보고 있다. 시민단체 경실련은 올 3월 동탄2신도시 사업과 관련 경기 화성시장과 화성시 분양가심사위원회를 직무유기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경실련은 "부영주택의 임대주택을 분양주택으로 사업계획 변경 승인하며 수천억원의 사업비 증가, 형식적 분양가 심사 등으로 입주민에게 2조원의 건축비 거품을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현재 예외적인 공개 방식 대신 분양가 심사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비공개 하는 방안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정향 김예림 변호사는 "법원 역시 다양한 판례들에서 심의의 투명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해 심의위원 명단 공개 원칙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영업 비밀 침해 우려 등에 대해서는 원칙을 공개로 하고 예외적으로 비공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분양가 심의결과가 투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분양가 심사위원 공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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