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증시 떠나겠다는 테슬라,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애플'로 꼽히는 테슬라가 신차를 발표해서가 아니다. 일론 머스크 사장의 '상장폐지' 검토 발언 때문이다. 이 발언에 테슬라 주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테슬라의 영향을 받는다. 적자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요건을 완화해주고 있는데 이를 '테슬라 요건'이라고 부른다. 현재 코스닥시장에는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이 있다.

이번에는 '상장폐지'다. 머스크 사장이 상장폐지를 검토하겠다는 이유로 내세운 것은 "테슬라가 가장 사업을 잘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투자자로부터 경영간섭에서 최대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상장 이후 계속된 외부 투자자들의 실적압박도 상장폐지 이유로 꼽힌다.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테슬라 블로그에 올려 "분기마다 실적을 보고하면서 받는 엄청난 압박에 장기적으로 옳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며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매도해 차익을 얻는 방식)로 회사를 공격하려는 세력도 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상장폐지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상장폐지라는 사안보다 테슬라가 왜 상장폐지를 하려는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상장사, 특히 코스닥 상장사들은 상장 유지에 많은 애로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적압박도 있지만 투자자들의 항의성 전화가 골칫거리다. 코스닥 상장사 IR담당자(일명 주담)들은 투자자 응대가 기본 업무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욕설과 비방은 콜센터 직원의 스트레스 못지않다고 하소연한다.

코스닥 상장사 최대주주는 "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무리한 경영관여는 주가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주가의 단기부양보다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다. 연기금이나 증권사의 펀드 담당 매니저들 역시 상장사들을 압박한다. 이 때문에 일부 코스닥 상장사 오너들은 자진 상장폐지에 관심을 두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말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발표한 한국유리공업을 비롯해 아트라스BX, 알보젠코리아 등 증시를 떠나려는 기업이 하나둘 늘고 있다. 외부의 경영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작업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상장폐지는 경영간섭 이외에도 상장 유지에 실익이 없다는 점도 꼽힌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시 의무다. 금융당국은 상장사의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부담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테슬라 상장폐지가 꼼수라는 지적도 있고, 묘수라는 의견도 있다. 자진 상장폐지가 쉽지는 않다.

다만 기업들이 어렵게 거머쥔 상장사 타이틀을 자진해서 버리려는 이유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

kjw@fnnews.com 강재웅 증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