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들의 이야기는 뻔한 변명?


"그런 이야기가 바로 기업들이 하는 이야기 아닙니까."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를 만났다. 8월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공정위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우려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법을 적용받게 될 당사자인 대기업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그렇다 치더라도 법 개정으로 국민 모두가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가뜩이나 저조한 국민연금 수익률 같은 것이다. 실제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표되면 국민연금 역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표 사례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지분율 문제다. 이들은 현재 삼성전자 주식 9.72%를 보유하고 있는데, 법이 개정되면 금산분리 규정상 지분율을 5% 이하로 낮춰야 한다. 4.72% 주식이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지면 '수급 논리'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9.47%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인 만큼 주가가 하락하면 연금 가입자 전체가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삼성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이와 비슷한 '오버행' 이슈가 발생한 기업들은 더 있다. 그래서 정부는 나름의 복안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가 우려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방법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나눈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연금 수익률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국민연금 자문위원회 내에선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를 더 올리고 현재 60세인 가입기간도 65세까지, 또 최초 연금 수급시기도 68세까지 늦추는 방안까지 고민했던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식적 정부안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추락하는 국민연금 수익률을 어떻게 회복하겠다는 뚜렷한 답변은 여전히 내놓지 못했다.


일자리 창출을 우선 과제로 천명했던 현 정부가 시원찮은 성적을 내자 기업들이 나서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 삼성이 180조원·4만명, 한화가 22조원·3만5000명 등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을 국정 운영의 '걸림돌'로 보면 '구걸'이 되지만, '동반자'로 보면 일자리 정부의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