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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두 노장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3 17:11

수정 2018.08.13 17:11

기아 임창용과 텍사스 콜론 한때 시속160㎞ 빠른공으로 양대리그 강속구 투수 활약
지금도 현역 최고령 선수로 각각 최다 세이브·최다승 기록
그들은 시속 160㎞의 강속구를 던지던 투수였다. 바톨로 콜론(45.텍사스 레인저스)은 한때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던 빠른 공 투수. 선발 투수로 100마일(161㎞)의 무시무시한 공을 뿌렸다. 임창용(42.KIA 타이거즈)은 일본 프로야구 시절 160㎞의 구속을 기록해 열도를 놀라게 했다. 160㎞ 사이드암은 만화에서나 볼 수 있다.

이제 그들은 불혹을 훌쩍 넘긴 40대. 여전히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들은 양대 리그의 현역 최고령 선수다.
콜론은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마리너스)와 함께 가장 나이 많은 선수로 등록돼 있다. 이치로가 사실상 은퇴 상태인 반면 콜론은 여전히 꿋꿋하다.

콜론은 메이저리그 현역 투수 가운데 최다승(246승)을 기록하고 있다. 2위는 38세의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로 243승. 추신수의 팀 동료 콜론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246승째를 따내 남미 출신 투수 역대 최다승 고지에 올라섰다.

임창용은 박정진(한화)과 함께 KBO리그 최고참이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국내 현역 선수 중 최다 세이브(258세이브) 고지에 우뚝 서있다. 이 부문 통산 1위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277세이브)에 이어 역대 성적 2위. 3위는 롯데 손승락으로 250세이브. 현역 최다승 부문서도 배영수(한화.137승), 장원준(두산.129승)에 이어 3위(128승)에 올라 있다. 올해만 3승 4세이브를 기록 중. 3승 가운데 1승은 선발승이다.

콜론과 임창용의 야구 인생은 한 편의 영화처럼 파란만장했다. 한때 리그 최고 투수의 영광을 누렸지만 바닥 모를 나락에 빠지기도 했다. 대형 사고도 여러 번 저질렀다. 팔꿈치 수술로 한물간 투수대접을 받기도. 그러나 모두들 끝났다고 하는 순간 어느새 씽씽 강속구를 던지고 있다.

바톨로 콜론은 지난 8일 시애틀과의 경기서 선발로 나와 7이닝을 던졌다. 직구의 위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정교함이 더해졌다. 94개의 공을 던져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임창용은 그보다 7일 앞서 롯데전서 승리를 챙겼다. 2007년 8월 21일 이후 무려 3998일 만의 선발 승리였다.

콜론은 14세까지 카리브해의 커피 농장에서 일했다. 20세가 되던 1993년 단돈 3000달러(약 330만원)를 받고 클리블랜드와 계약을 맺었다. 동갑나기 박찬호는 같은해 120만 달러에 LA 다저스와 사인했다. 박찬호는 2010년 말 메이저리그를 떠났지만 콜론은 여전히 현역이다.

박찬호와는 2004년 세 차례 맞붙어 모두 승리했다. 지난해 7월 25일 류현진(LA 다저스)과 맞대결을 벌여 둘 다 승패 없이 무승부를 기록했다.

199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콜론은 이듬해 18승(5패)을 올렸다. 2005년엔 21승으로 사이영상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2010년엔 어느 팀도 그를 원하지 않는 무계약자 신분으로 전락. 2012년부터 다시 5년 연속 두 자리 수 승수를 올려 정상급 투수로 복귀했다.


임창용은 KBO리그서 시작해 일본과 메이저리그를 돌아 다시 국내로 복귀한 드문 케이스. 3개국 리그서 통산 386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마무리가 부진하면 마무리로, 선발에 구멍이 나면 선발로 나서고 있다.
임창용과 바톨로 콜론의 시간은 벤자민 버튼의 경우처럼 거꾸로 흐른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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