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톡홀름 증후군’ 앓는 게임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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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줄곧 나쁜남자에 끌렸다. '나한테 이런 대접을 한 사람은 너가 처음' 이라며 사랑에 빠지는 뻔한 스토리는 순정만화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하지만 결국 나쁜남자와의 연애는 좋지 못한 결론으로 끝났다. 뒤늦게 '내가 왜 그랬나' 땅을 치고 후회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나쁜남자의 마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덕이는 주변 후배들이 너무 많다. 이 같은 현실은 이른바 '스톡홀름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의학적 진단으로까지 규정됐다.

모바일게임 업계는 지금 '구글'이라는 나쁜남자로부터 스톡홀름증후군을 앓고 있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되는 게임 매출의 무려 3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대형마트는 5%, 온라인마켓은 12~15%, 백화점이 22~25%의 수수료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30%는 과도하다.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수수료'일 뿐인데 매출의 3분의 1이나 제공하면서도 게임업계는 문제의식조차 갖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최근 백기사 '원스토어'가 등장했다. 원스토어는 최대 25%포인트 수수료를 낮춰 5%대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매력적인 제안에도 게임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구글의 앱마켓이 워낙 크다 보니 게임사들이 구글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예를 들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추천게임'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원스토어 입점 게임은 해당 추천에서 배제하는 방식 등으로 구글에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 질의를 했더니 신기하게도 대답은 일제히 구글의 영향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각각의 스토어에 맞는 게임버전을 만들어야 하는데 유저층이 많지 않은 원스토어를 위한 버전을 추가해야 하고, 낮췄다고는 하지만 추가의 수수료도 들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전해들은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게 바로 구글의 눈치를 본다는 방증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게임업계는 이제 그만 스톡홀름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스토어에서 5%대의 수수료가 가능한 것을 보면 구글의 수수료율도 낮출 여지가 충분하다. 업계에서 입을 모아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두둔하며 '우리가 구글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합리화를 하는 모습은 마치 집단최면에 빠져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스가 인기 슈팅게임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버전을 한국에 출시하며 '탈 구글'을 공식 선언했다. 일단 나쁜남자는 피해야 한다. 방법은 많다. 착한남자로 갈아타거나, 나쁜남자를 착하게 만들거나, 아예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거나.

true@fnnews.com 김아름 정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