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홍종학과 정용진의 아주 다른 상생법

중소기업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전통적인 '금수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상생법이 화제다. 한 사람은 유통채널을 확대해 중기 제품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기업의 힘을 빠지게 하고 있다. 언뜻 전자가 정부, 후자가 대기업일 것 같지만 반대다. 중소기업을 편들어주는 쪽은 홍 장관이 아니라 정 부회장이다.

최근 문을 연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의 매출도 이마트 목표치의 140%가량을 달성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88%는 중소기업 및 중소형 벤처상품으로 창출했다. 삐에로쑈핑은 대형마트와의 상품 중복률이 30% 미만이다. 특히 기존에 거래하지 않았던 중소기업과 중소벤처 130여개 상품을 추가로 입점시켰다. 취급품목이 워낙 많은 탓에 주변 상권을 침해한다는 비난 여론도 있지만 또 하나의 판로가 개척됐다는 소식은 중기 업계엔 단비다.

사실 이런 단비 역할을 담당하라고 만든 것이 중소벤처기업부다. 중소기업청에서 부처로 승격된 것도 중소·벤처기업을 물심양면 지원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기능하게 하라는 뜻이다.

중기부가 너무 중기 편만 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럴 땐 기획재정부나 고용노동부가 제어하면 된다. 이런 시스템이 바로 행정부다.

하지만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안식처가 돼줘야 할 중기부는 사안마다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안이 최저임금이다. 2년 연속 10%가 넘는 인상률에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반발하면서 홍 장관이 나섰지만 결국 재심의는 불발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반발이 커지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 장관이 최저임금 재심의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부총리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강력한 우려를 표했지만 결국 재심의는 물건너갔다. 김 장관이 강력하게 강행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아쉽다. 홍 장관은 설사 최저임금이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 하더라도 중기부 장관으로서 보다 강력하게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눈총을 받는 김 장관은 고용정책의 수장으로서 목소리를 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한 새는 새끼에게 줄 먹이를 구하기 위해 40㎞를 비행해 사냥을 한다. 자기 몸집만 한 사냥감을 들고는 다시 40㎞를 비행해 집으로 돌아온다. 왕복 80㎞라는 거리 자체도 놀라운데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천적까지도 피해야 한다.
순간순간이 위기다. 중소기업,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그렇다. 중기부는 생존하기도 벅찬 이들을 위한 한 줄기 바람이라도 돼주는 게 맞다.

psy@fnnews.com 박소연 산업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