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국민연금 개혁, 쉬운길 대신 옳은 길 찾자



5년마다 진행되는 국민연금 제도개편 논의가 제대로 된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기 전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연금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란 소식에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등 민심이 들끓고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가 20년 만에 오른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차라리 국민연금을 폐지하라' 등 극단적인 청원까지 쏟아졌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공청회가 열린 17일 국민연금발전위원회가 내놓는 제도개선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민연금 자문기구에서는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2060년보다 3년 앞당긴 2057년 소진되는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1%로 올리고, 연금을 받는 나이를 현재 65세에서 67세로 단계적으로 늦추자는 개편안을 내놨다. 예상했던 방향으로 연금 개편안이 나오면서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 가입자가 감소세로 전환한 반면 국민연금 수급자는 증가했다. 지난해 말 수급자 수는 469만2847명으로 2016년(436만2254명)보다 33만593명 늘었다. 연금 수급자는 늘어나는데 연금을 낼 사람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더 늦기 전에 국민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지난 1998년 9%에서 20년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보험료율을 12.65%까지 올리는 방안을 내놨으나 반발 여론에 밀려 포기했다. 2003년 1차 재정계산 때 15.9%까지 인상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논의도 못해보고 폐기됐다. 2006년에는 12.9%까지 올리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3차 재정계산 때인 2013년 7월에는 보험료율을 9%에서 단계적으로 13∼14% 올리는 다수안과 현행대로 9%로 묶는 소수안의 복수 개편안을 마련지만 최종적으로 백지화했다. 대신 정부는 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지급액을 낮추고 있다. 월 100만원 소득자가 노후에 연금을 70만원을 받을 수 있다가 60만원 연금수령액으로 깎이는 셈이다. 2028년에는 40%까지 낮아져 40만원만 받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은 '용돈연금'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연금의 보장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보험료 인상은 누구에게나 큰 부담이다. 특히 자영업자와 퇴직자에게는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만일 인상이 필요하다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기금 고갈을 앞당기는 요인이 무엇인지, 연금의 노후보장 기능 강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해소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국민연금의 본연의 목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쉬운 길'만을 택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국회, 국민 모두 냉철하고 신중한 접근과 판단이 필요한 때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