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혁신성장 위한 '규제와의 전쟁'

최근 제주도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를 위한 특별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제안했다. 국회에서는 규제프리존특별법, 지역특구규제특별법 등 규제완화 법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지방정부들이 규제프리존이나 샌드박스 제도 등을 통해 규제완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게 허용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서 소외돼온 지방의 참여와 국민의 관심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규제와의 전쟁'은 혁신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사실 규제개혁은 1998년 김대중정부에서부터 최근 문재인정부의 '붉은 깃발 걷어내기'까지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규제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혁신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지 국민들은 의아해한다. 그 이유는 공정하고 투명한 성숙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법과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수행하는 본연의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인간 사회가 법과 규정으로만 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 개척이나 파괴적 혁신에서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비단 아르헨티나 경제의 몰락뿐만 아니라 과거 로마제국이나 대청제국 등 인류가 만든 당대 최고의 선진국가들이 기대보다 오래지 않아 내부로부터 스스로 무너졌다. 그 주된 원인은 경제.사회를 일으켜온 혁신성이 내부 요인들로 인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한 국가가 혁신성을 상실하게 되는 데에는 '과제도화(Over-institutionalization) 함정'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성숙한 사회를 위해 제정한 법과 규정들이 지나쳐 오히려 사회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도화 정도를 보면 행정과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부문에서까지 주요 의사결정 절차들이 상세히 규정돼나가면서 상위자들의 재량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 접한 사례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가 중국 기업 총수와 의기투합해 합작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윗선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담당대리-과장-부장-상무-부사장-부회장 등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기다리다 못해 중국 측의 포기로 끝났다고 한다. 창업계에서는 규제를 풀어 시장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수많은 지원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규제와의 전쟁은 한 판 승부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일에 더 가깝다. 과거에만 잡혀 살면 미래가 없기 때문에 지도자가 의지와 끈기를 가지고 추진해야 할 국가과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규제혁신 해커톤'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대통령이 규제개혁에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지금은 시대적 전환기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국가 운명을 걸고 속도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다양한 집단들의 이해관계에 묶여 대통령이 나서도 쉽지 않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모든 짐과 성과를 중앙정부가 떠맡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지방정부를 파트너로 참여시켜 다양한 실험을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 혁신은 실험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