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사라진 모기와 이통시장 자율 경쟁

모기도 연일 폭염에 못이겨 피서를 떠난 모양이다. 매년 7∼8월이면 극성을 부려 밤잠을 설치게 하던 불청객 모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반가운 일이다. 폭염이 너무하다 싶어서 베푼 배려일까. 영상 25~30도에서 활동하는 모기로선 연일 이어지는 30도 이상의 고온에 견딜 재간이 없었을 게다. 모기는 영상 30도를 넘으면 흡혈과 외부 활동을 멈춘다고 한다. 해충인 모기가 사라졌건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뭘까. 언제 모기의 역습이 시작될지 몰라서다. 혹시 모기가 가을에 나타나 겨울까지 장기간 기승을 부리거나, 훨씬 독한 모기 변종이 되어 나타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같은 시기에 사라진 건 모기뿐이 아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사라진 게 하나 있다. 매년 7∼8월이면 모기와 함께 어김없이 기승을 부리던 이통 3사의 휴대폰 보조금 경쟁이 사라졌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일등공신이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보조금 지급의 투명성을 높여 고객 역차별을 막고, 가계통신비를 경감시키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단통법 시행 후 휴대폰 보조금 출혈경쟁이 줄었다. 중저가폰 시장의 확대도 눈에 띈다. 외견상 모기가 사라진 올여름만큼이나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단통법 시행 취지와 달리 소비자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왜일까. 이통사 간 자율경쟁이 위축되면서 소비자의 휴대폰 구매 부담은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휴대폰 보조금을 축소시키긴 했지만 휴대폰 가격 거품까지 없애진 못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 3사는 마케팅 비용 지출이 급감해 재무적 측면에선 나쁠 게 없다. 이통 3사의 마케팅비 지출은 2014년 8조8220억원이던 것이 2015년 7조8669억원으로 9551억원 감소했다. 그 결과 이통 3사의 시장점유율이 고착화되고 유통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폰 가입 유형이 번호이동에서 기기전환으로 바뀌면서 전국 휴대폰 유통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정부가 단통법을 통해 기대한 요금인하 경쟁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단통법 시행 취지인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은 수포로 돌아간 셈. 이쯤 되면 누구를 위한 단통법인지 의심된다.

뒤늦게 정부는 '보편요금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편요금제는 단통법만큼이나 취지에 비해 부작용이 커 보인다. 먼저 정부가 인위적 규제비용을 기업에 전가하는 건 무리란 지적이다. 기업에 전가된 규제비용은 소비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수 있어서다. 보편요금제 도입은 이통시장 생태계를 붕괴시킬 위험도 있다. 보편요금제 이외에 대안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콘텐츠사업자들이 통신비를 대신 부담하는 '제로레이팅'이 대안일 수 있다. 제4 이동통신을 신규 허용하는 '메기' 전략도 방법이다.
시장 자율을 무시한 포퓰리즘식 정부의 통신정책은 역풍만 맞을 뿐이다. 우리 경제는 시장자율이란 도로 위에 투자, 성장, 고용의 세 바퀴가 굴러갈 때 희망이 있다. 우리나라에 이동통신이 시작된 지 34년을 맞는 올해 '통제는 안주를 낳고, 자율은 혁신을 낳는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정보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