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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檢, 중대담합에 직접 칼 겨눠… "기업 손보기 될라" 우려도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1 17:16

수정 2018.08.21 21:06

공정거래법 개정안 윤곽..공정위 직권조사 미흡한 점 수사로 만회한다는 게 핵심, 별건 수사로 확산 경계해야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강화..기업활동 위축될 가능성, 정부 "자율성 침해 없을것"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한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한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檢, 중대담합에 직접 칼 겨눠… "기업 손보기 될라" 우려도

38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공정거래법 정부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수사가 가능한 전속고발권 제도가 사실상 폐지되고 담합행위 등 법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검찰이 담합 등에 대해 직접 칼을 뽑을 수 있는 제도적 길이 열린 셈이다. 사익편취 규제(일감몰아주기) 기준과 순환출자 규제도 강화된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별건수사 등으로 기업 옥죄나

전속고발권은 정부 부처의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어 공정위에만 이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지난 1980년 도입됐다. 공정거래법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공정위만 바라보면 됐다.

그러나 38년 만에 사실상 폐지되면서 앞으로 검찰은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거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자진신고 사건 등을 우선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추진된 전속고발권 폐지는 기업 수사에서 검찰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정위가 하는 직권조사의 한계를 검찰 수사로 만회할 수 있다는 것.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담합, 입찰담합 등 경성담합 사건은 점점 은밀화·지능화되고 있어 공정위의 임의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며 "강제 수사권이 필요한 사안들도 있는데 이런 부분을 검찰과 실무협의를 통해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검찰이 공정위 고발 없이 수사권을 갖고 기업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별건 수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검찰이 경성담합 관련 수사를 하면서 이와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수사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검찰의 그동안 수사 관행을 살펴보면 고발을 핑계로 미운털 박힌 기업의 손보기 수사나 별건 수사로 이어질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문제가 있는 혐의에 대해 수사가 번져나가는 것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법원에서 적절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발 혐의 외에 문제가 있는 부분은 당연히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강화

이날 일부 공개된 공정거래법 정부안도 기업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모두 20%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이럴 경우 현대글로비스와 삼성생명 등 대기업 24곳과 이들 회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소유한 자회사 214곳이 감시망에 추가돼 규제대상이 440여개로 늘어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또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는 순환출자 규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피해를 본 자가 공정위 신고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 또는 중지를 직접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 청구제'도 도입된다. 공정위가 신고사건을 조사하지 않거나 무혐의로 처리한 경우 헌법소원 외에는 사실상 구제수단이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번 방안은 공적 집행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민사적 구제수단 강화 차원이다. 그러나 기업들로서는 가벼운 사건까지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담합과 시장지배력 남용 등의 법 위반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 역시 최고 한도를 2배로 상향된다.


다만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벤처지주회사 설립 자산총액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현행 5000억원에서 200억~300억원으로 낮춰진다.
벤처기업 외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벤처 자회사에 포함하기로 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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