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용산·여의도 개발 연기… 중개업소 뿔났다 "한번 오른 집값, 쉽게 안 떨어집니다"

지령 5000호 이벤트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연기 발표를 한 하루뒤인 27일, 여의도 일대 중개업소들은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실망감을 보였다.
부동산에 거품 넣었다 뺐다 하는 거 다 정부가 하는 일이지. 가격은 다 올랐는데 거래는 안 되니까 부동산 입장에서도 난감합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관망세로 돌아서고 매도자 입장에서는 한 번 오른 가격에 낮춰서는 못 팔 테니 가격이 떨어지진 않을 겁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개발 계획 연기를 발표한 하루 뒤인 27일, 서울 여의도 일대 부동산은 흐린 날씨처럼 침울하고 고요했다. 하지만 일선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치놀음'이란 말을 쓰며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개발 기대감에 계약금을 넣고 매수를 하려던 사람이 취소를 하면서 부동산 중개업소가 중간에서 난처해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선 "개발 연기이지 개발을 안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며 "상황을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멀어진 강남의 꿈… 한동안 관망세

수정, 한양, 삼부, 장미 아파트 등이 밀집한 여의도 국제금융로7길의 중개업소들은 박 시장이 7주전 발표한 용산·여의도 개발 계획을 보류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여의도 소재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여의도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박 시장 발표에 '우리도 강남처럼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컸다"면서 "거래 자체가 많지는 않아서 문의 전화가 많지는 않지만 이미 오른 호가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매수 대기자들은 박 시장의 개발 계획 철회에 가격 인하를 바라고, 매도자들은 이미 오른 호가 이하로는 물건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는 규제책을 연이어 내는데 박 시장이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가 이를 철회하자 오락가락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계약 성사 직전, 매수자가 사인을 하지 않으면서 거래가 불발된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여의도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박 시장의 개발 계획에 따라 재건축 추진이 중단됐던 공작, 수정아파트 주민들은 오히려 반길 수도 있다"면서 "여의도 개발이 무산된 만큼 서울시에 민원을 넣어 35층 아파트로 재건축을 요구하는 카드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 오른 가격, 쉽게 안 내릴 것

서울 여의도와 용산의 중개업자들은 박 시장의 개발 계획 발표 이후 급등한 아파트 가격이 바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부동산 가격은 오르기는 쉽지만 내려가기는 쉽지 않은 '하방경직성'이 있기 때문이다.

용산 이촌동 한 중개업자는 "49m² 소형아파트 기준 3.3m²당 가격이 7000만~7500만 원 선이었다가 개발 계획 발표 이후 8500만원까지 올랐다"며 "박 시장 발언으로 상승세가 커지긴 했지만 취소한다고 해도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산에 있는 한 중개소 관계자는 "현재까지 매수자, 매도자 모두 큰 반응은 없는 편"이라며 "앞으로 2~3주 정도 시장의 반응을 봐야 하지만 한번 오른 가격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개업자는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과 함께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언론에서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을 쓰고 나서 지방에서도 물건을 보러 오는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면서 "언론도 부동산 시장 관련 보도를 할 때 시장 분위기를 너무 몰아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