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 주택공급 양보다 질 높여야


서울 서대문구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된 A씨는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예상되는 '로또'를 눈앞에서 놓쳤다. 8억원이 훌쩍 넘는 분양가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다.

계약금을 대출로 마련한다고 해도 중도금, 잔금까지 더해질 빚을 계산해 본 A씨는 "특별공급에 당첨돼서 기뻤던 건 잠시고 오히려 수중에 가진 돈도, 양가에서 지원받을 돈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씁쓸해했다. A씨는 앞으로 5년간 재당첨이 금지된다.

이 사례를 바탕으로 쓴 기사에는 '신혼부부가 8억 넘는 집이라니 한심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한두 건이 아닌 다수의 의견이 그랬다. 그런데 부부가 모두 서울 시내에 직장이 있고, 서울을 근거로 살고 있는데 서울에서 살고 싶은 게 그렇게까지 욕을 먹을 일일까.

고액 아파트의 경우 실질적으로 부모 세대의 지원 없이는 신혼부부가 감당할 수 없다는 논란은 '금수저 로또'라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국토부는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신혼부부특별공급 자체를 없앴다.

그렇다면 4~5억원선의 아파트는 신혼부부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금액이라고 본 것인가. 부부가 모두 대기업 정규직이라도 수억원의 빚이 필요할 텐데 말이다.

그 대신 정부는 자금사정이 1억원 내외로 빤한 신혼부부들을 위해 신혼희망타운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서울 주변의 신혼희망차운 위치를 봤다. 파주 운정, 고양 장항, 김포 고촌, 시흥 장현, 구리 갈매, 남양주 진건…. 신혼의 희망은 편도 1시간30분, 왕복 3시간의 출퇴근 시간 중에 대부분 희석될 것 같다.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서울에서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상식적이지 않은가. 그러자면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 정부의 주장대로 서울의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은 양적인 측면만 본 것이다. 강남과 한강 주변, 역세권의 집값이 뛴다고 잡을 게 아니라 서울 중심부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의 인프라를 확충해 질적으로 높은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충분히 공급한 후 시장이 만드는 가격을 보자는 말이다.

A씨는 회사 가까운 곳에 신규 아파트를 분양하기에 반가운 마음에 청약했다고 했다.
10분, 20분 더 멀어지더라도 1시간 내 출퇴근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싶다고 했다. 이런 희망의 바탕에는 자산증식에 우선해 '삶의 질'이란 가치가 있다. 적어도 내가 만나본 30대 실수요자들은 그렇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건설부동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