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인간관계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7 17:21

수정 2018.08.27 17:21

[특별기고] 인간관계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혼자 있음을 무엇보다 두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깊이는 점점 더 얇아지면서 넓게 퍼져만 가는 소셜 네트워크, 즉 사회관계망에 빠져 드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일단 스마트폰에 전화번호가 많이 저장돼 있을수록 자신이 인간관계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SNS에 가입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스마트폰에 저장된 수많은 사람과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단지 그들을 알고 있다는 안도감만 줄 뿐이다.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투자하다가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나와 관계를 지속적으로 함께할 사람들에게 그 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인간관계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한 것이다.

같은 종의 큰키나무로 이뤄진 숲에서 나무가 위로 곧게 자라는 것은 광선을 향해 이웃 나무와 경쟁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무는 빛을 더 많이 받으려고 밑부분의 오래된 가지는 제거하고 윗가지만 남긴다.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잘라버리는 '자절(自切) 작용'을 하는 것이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곁가지는 과감하게 잘라내어 복잡한 상황을 단순 명쾌하게 단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이젠하워의 단순화 원칙'이 있다. 이는 그가 직무를 수행할 때 적용한 방법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는 자신의 책상을 늘 4등분해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각각에 버릴 것, 지시할 것, 도움받을 것, 지금 당장 실행할 것의 네 가지 사안만 두도록 했다. 그래서 일이 끝나면 정작 자신의 책상 위는 아무것도 없이 말끔히 치워놓은 상태가 됐다. 이처럼 아이젠하워의 가장 큰 강점은 문제를 단순 명료하게 해결하는 능력이다.

대인관계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그 사람과 인연이라면 지구 한 바퀴를 돌아서라도 다시 만나게 되고, 아니라면 지금 바로 내 곁에 있더라도 떠나간다. 떠날 사람은 아무리 붙잡아도 떠나게 돼 있고, 옆에 있을 사람은 가라고 소리쳐도 떠나지 않게 돼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마치 장미 덤불과도 같아서 향기에 마냥 취하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가시에 찔리고 상처를 입곤 한다. 두터운 우정 등은 공고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친밀한 관계를 새로이 만들려고 굳이 애쓸 필요는 없다. 대인관계의 외연을 넓히고, 전선을 자꾸만 확대할 필요는 없다.

우리 속담에 '가난할수록 기와집 짓는다'는 말이 있다. 겉모습에 과도하게 치중해 감당도 하지 못할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넓히려고만 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 넓기만 할 뿐 두께는 종잇장처럼 얇은 인간관계는 가치가 없다.
주렁주렁 넓어지고 느슨해질수록 의미 있는 관계는 줄어든다. 초점을 맞추기 전까지 햇빛은 아무것도 태우지 못한다.
따라서 양은 냄비같이 빨리 끓진 않고 뚝배기처럼 느리고 더디게 끓어도, 한번 끓은 마음이 쉽사리 변치 않을 사람들로 인간관계의 폭과 깊이를 정리해 가지치기할 필요가 있다.

안익영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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