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쟁 자신감 붙는 트럼프… 중국·캐나다 압박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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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멕시코 NAFTA 협상 타결.. 美 요구 상당부분 관철
부품 생산 노동자 임금 등 강화된 규정 내용 합의.. 자동차 가격상승 확실시
캐나다 기싸움·의회비준… 아직 넘어야할 산은 많아

【 서울 워싱턴=송경재 기자 장도선 특파원】 미국과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타결지었다. 캐나다는 이르면 28일(현지시간) 밤부터 3국 협상에 참여할 전망이다.

미국의 요구가 상당분 관철돼 자동차 생산은 일정 시급 이상을 받는 고임금 노동자들이 생산한 부품 등을 써야 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는 27일 한달에 걸친 집중적인 양자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협상을 타결 지은 뒤 백악관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화상통화를 통해 "오늘은 무역에 중요한 날이고, 우리 나라에 중요한 날이다"라고 말했고,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조만간 캐나다와 함께 3국이 축배를 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NAFTA의 부정적 이미지를 감안해 이번 협정을 미-멕시코 무역협정으로 개명하겠다고도 밝혔다.

더욱이 이번 협상 타결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트럼프에게 한층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의 NAFTA 개정 합의는 트럼프가 주요 대선 공약을 또 하나 이행했음을 의미한다.

■ 車 생산비용 상승 불가피

양국은 자동차부터 농업, 에너지 부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우선 멕시코의 미 자동차 수출에 엄격한 규정이 적용되도록 한다는데 합의했다. 합의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관세를 적용받지 않고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려면 부품의 75%가 북미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또 부품의 40~45%는 시급 16달러 이상을 받는 노동자들이 만든 것이어야 한다. 임금 비용을 줄이기 위해 멕시코에서 임금이 더 낮은 곳으로 공장을 옮기는 행위를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농산물은 무관세 교역을 유지하되 보건기준과 상품표시에 관한 새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미국이 주권침해를 이유로 철폐를 원했던 투자자-국가분쟁 해결(ISDS) 조항은 에너지, 통신 분야에만 적용토록 하는 절충안이 합의됐다. 미국이 요구했던 5년 뒤 자동 재협상은 6년 뒤 협정을 재논의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수정됐다. 무역협정은 16년간 한시적으로 운용하되 협약 당사국들이 6년 뒤 재논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그러나 멕시코와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물리고 있는 관세를 철폐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미-멕시코 무역협정 타결은 자동차 생산비용 상승과 이에따른 자동차 가격 인상을 부를 것이 확실시 된다. 반면 자동차 업체들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생산지를 옮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오토트레이더닷컴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미셸 크렙스는 "제조업체들이 자동적으로 생산기지를 이동, 즉 미국으로 생산을 이동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유일한 반응은 자동차 가격 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협정으로 멕시코의 자동차 부품, 완성차 생산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그 인상분은 결국 미 소비자들이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업체들이 알루미늄과 철강 관세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했지만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 加 합류·의회비준 갈길 멀어

미국과 멕시코가 합의는 했지만 아직도 NAFTA는 갈 길이 멀다. 우선 캐나다 합류 여부가 관건이다.

캐나다는 이르면 28일 저녁부터 3국 협상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미국과 멕시코 간에 합의된 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벌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 협상 대표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장관의 대변인은 캐나다가 미국과 멕시코의 합의로 나타난 '낙관'에 "고무됐다"면서도 그렇다고 이들 2개국간 합의가 그대로 3국간 NAFTA 재협상 타결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계했다. 그는 "캐나다는 새 NAFTA가 캐나다와 중산층에 이로운 것일 때에만 서명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트럼프는 그러나 캐나다 없이도 갈 수 있다며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캐나다가 동참하지 않으면 멕시코와만 협정을 맺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의회 비준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이르면 11월 비준 동의안이 상정되겠지만 중간선거로 의회가 사실상 제 구실을 못해 비준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중간선거가 지나면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비준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은 그러나 이같은 기싸움과 비준 절차에도 불구하고 결국 캐나다가 동참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3국 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이날 뉴욕증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다시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멕시코 페소와 캐나다 달러 모두 상승했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무역전쟁 파고가 잠잠해지기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중국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신 트럼프 행정부는 한층 중국과의 통상전쟁에 자신감을 갖고 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르면 다음달 중국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추가 관세를 물린다. 지난주 중국과 협상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해 관세 강행은 거의 확실시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