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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활성화…'기는'당국 '나는'업계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8 17:11

수정 2018.08.28 17:11

정부 지원 빅데이터센터 설립 현행법상 정보 활용 제한돼
금융위 신용정보법 연내 추진.. 은행권 공동인증서 뱅크사인 인증방식 다양화 내세우지만 시중은행은 이미 1년전 시행
핀테크 활성화…'기는'당국 '나는'업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시중은행들의 핀테크 속도를 정부 당국이 미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각종 핀테크 정책들이 투입 시간과 인력, 자원 등에서 민간 은행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빅데이터 활용 등 시중은행들이 공들이는 사업들이 정부 규제에 가로막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성화 규제에 가로막혀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빅데이터 활성화 사업이 규제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신용정보법을 개정해 빅데이터 활용을 활성화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신용정보법 개정과 관련해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해 자사 고객들의 정보를 활용한 전략을 짜고 있지만 정작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현재 신용정보법에 따르면 익명 정보라도 당사자에게 사용 동의를 받아야 하고 보유 기간도 거래 종료 후 5년으로 제한된다. 결국 빅데이터로 활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신용정보원이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8년 빅데이터 네트워크 전문센터 구축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빅데이터 네트워크 구축 사업은 빅데이터 전문센터 구축을 추진하는 민간기업 등에 센터 구축 기술과 예산 등을 3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현행 법상으론 이 센터가 구축되도 신용정보법 개정 없이는 방대한 정보를 학술, 연구, 공익 목적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신용정보원에는 국내 금융기관에 등록된 모든 개인정보가 집적되는 만큼 이 곳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확보한 개인정보는 자사 고객들만의 것이지만 신용정보원은 전 국민의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신용정보원이 고객 정보 비식별화조치를 거쳐 빅데이터로 가공한 뒤 은행들에게 제공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동렬 신용정보원 부장은 "법이 개정되면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면서 "법 개정을 금융위가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빅데이터 활용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사인' 개발에만 20개월 허비

은행권 공동인증서로 지난 26일 첫 선을 보인 '뱅크사인'도 금융위가 2016년 11월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위해 '금융권 공동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8개 은행이 연합회를 중심으로 모여 공동 인증서를 개발하는데 약 20개월이 걸렸다. 신기술인 블록체인을 근간으로 했다는 데에 의미는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 은행 모바일 인증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2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기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뱅크사인의 장점 중 하나는 인증 방식의 다양화다. 숫자와 영문으로 조합된 기존 비밀번호 대신 지문, PIN번호 등 등 다양한 방식으로 로그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모두가 공인인증서와 생체인증(지문, 안면인식, 홍채 등), PIN 번호 등을 인증 방식으로 쓰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인증방식을 이처럼 다양화한 것은 지난해 3~4월 경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1년 이상 다양한 인증 방식을 쓰고 있는데 뱅크사인은 이를 장점으로 내세운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민간은행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투자, 개발과 정부 주도의 개발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면서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에 첫 발을 디뎠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뿐"이라고 말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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