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자동차 판매 증감률(단위:%, 전년동월비); 왼쪽부터 미국, 중국, 유럽, 전세계 /사진=LMC오토모티브, WSJ

최근 수년간 급성장했던 전세계 자동차에 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위협, 중국의 지동차 수요 둔화, 중국과 유럽의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등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시장이 올해에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 동력이 뚝 떨어지면서 정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이하 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세계 자동차 업계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속적인 성장둔화에 직면하게 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된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 격화 등이 작용해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미국 시장 역시 7년 간의 성장세 정점을 찍고 내려갈 일만 남은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유럽 시장도 수요가 둔화되면서 경기침체 이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WSJ은 경제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여전히 전세계 자동차 수요가 활력을 보이고는 있지만 역풍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판매는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타고 있고, 연평균 5%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들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는 9700만대로 여전히 증가세를 기록하겠지만 성장률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둔화된 전년비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태풍의 눈 트럼프 보호정책
트럼프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미국을 제외한 상당수 시장의 소비심리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경제성장에 최대 위협요인으로 등장한 탓이다.

27일 미국이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최악은 피할 수 있다는 부분적인 낙관이 가능해지기는 했지만 자동차 공급망을 뒤흔들 조항들이 담겨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미국이 여전히 유럽 등에 시장 문턱을 낮추지 않을 경우 자동차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고, 이르면 다음달 중국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추가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유럽과 중국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하면 이들 역시 보복관세로 대응할 것이어서 매출 급감은 피하기 어려워진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자동차 업계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평가했다. 옥스퍼드는 '완만한 무역전쟁 시나리오'로도 내년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전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소비자들이 덩치가 큰 자동차 매수를 줄일 것임을 예고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줄줄이 실적전망을 낮추고 있다.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6월 미중 무역전쟁 속에 중국이 미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자동차에 40% 보복관세를 물리면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벤츠의 중국 수출이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지난주에는 세계 2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컨티넨털이 유럽과 중국 시장 둔화를 이유로 올 순익악화를 경고했다.

자동차 컨설팅 업체 오토퍼시픽의 데이브 설리번 애널리스트는 "수요 감소 시기가 좋지 않다"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한창 전기차와 무인차 전환을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수요 둔화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 업체들의 경우 트럼프 관세에 따른 알루미늄·철강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까지 겹쳐졌다.

게다가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과 유럽의 배출가스 기준강화로 수십억달러를 들여 오염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야한다.

미·중·유럽, 내리막길만 남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상무부에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국에 안보위협이 되는지를 조사하고, 위협이 될 경우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자동차 관세를 무기로 교역상대방을 압박하는 전술로 7월 유럽연합(EU)과 일단 휴전하고, 27일에는 멕시코와 NAFTA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미 교역상대국들로서는 숨 돌릴 시간을 벌게 됐다.

그러나 그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LMC 오토모티브의 선임 애널리스트 저스틴 콕스는 관세가 현실화하면 자동차 시장을 거의 정체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LMC는 무역전쟁이 심화하면 2020년 미국내 신차 판매가 현재 예상치보다 300만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자동차 판매는 2016년 1750만대로 사상최고를 기록한 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씀씀이가 큰 중산층이 급속히 늘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 전망은 더 어둡다. 가뜩이나 둔화된 경제 성장세가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은 탓에 자동차 수요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MC는 지난해 신차 2860만대가 팔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된 중국에 자동차 업체들이 수십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고 다양한 차종들을 생산하고 있지만 수요가 큰 고비를 맞게 됐다고 예상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그동안 자동차 수요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신차 구입에 대한 세제혜택을 중단해 신차 수요 유인이 크게 감퇴했다.

LMC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달 신차 판매는 전년동월비 5.3% 감소한 159만대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는 전년비 1.2% 증가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신차 판매 증가율은 2016년 13%를 찍은 뒤 지난해 2.1%로 급락한 상태다.

중국의 보복관세도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하는 업체들에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재앙이 될 악재다.

중국은 미국이 2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물리면 그 보복으로 미국산 자동차에 40%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럴 경우 특히 중국에서 인기 높은 SUV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독일 BMW와 다임러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도 중국 시장 둔화를 이유로 실적전망을 낮춘 상태다.

이들 업체는 북미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그동안 중국 시장 투자를 늘려왔다.

유럽시장 전망도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신차 수요가 거의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올 상반기 EU 신차 판매는 2.9%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해 상반기 증가율 4.7%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과 통상갈등, EU의 경유엔진 금지 저낭, 유럽 2위 자동차 시장인 영국의 수요 둔화가 겹친 탓이다.

한편 애널리스트들은 자동차 업체들이 그동안의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을 벗어나 신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동유럽, 인도, 아프리카 같은 신흥시장이나 중국 내륙 지방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토퍼시픽의 설리번은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내륙,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