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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전염될라… 獨, 터키 구제금융 고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9 16:58

수정 2018.08.29 16:58

IMF 지원 사실상 불가능 자금·국민 반대 문제로 양자협정도 어려운 상황
난민압력에 방책 찾을듯
위기 전염될라… 獨, 터키 구제금융 고심


독일이 터키에 긴급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독일과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터키 위기가 EU로 전염되는 것을 막고, 유럽으로의 난민 유입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던 터키가 계속해서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담보하기 위해서다.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자금지원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유럽차원의 자금지원이나 독일이 단독으로 터키를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독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터키 안정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 고위 관계자 2명도 WSJ에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이 최근 베라트 알바야라크 터키 재무장관과 수차례 논의에서 자금지원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 그리스 구제금융과 유사할 듯

유력한 방안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 구제금융 같은 유럽 차원의 공동 구제금융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주요 이사국인 미국이 터키 지원을 반대하고 있어 유럽 스스로 구제금융 방안을 찾아야 한다.

EU는 유럽투자은행(EIB)이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을 통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그리스 지원 당시와 마찬가지로 IMF의 동참이 필수적이라는게 걸림돌이다. 독일 정부와 EU 관계자들은 IMF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구제금융기구가 만들어져야 하고, 이는 EU 전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해 사실상 실행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구제금융 지원 필요성은 EU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는 하다. 27일 브루노 르마레 프랑스 재무장관은 알바야라크 터키 재무장관을 파리에서 만나 터키 경제 재건을 지원하는 것이 유럽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유럽 차원의 구제금융이 시행될 경우 IMF가 참여할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터키에 경제제재를 가해 경제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는 미국이 여전히 '터키 구제금융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인 목사를 석방하기 전까지는 어떤 협상이나 타협도 없다고 못박은 상태다.

터키가 구제금융을 신청할지도 의문이다. 지난 6월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간다는 입장이어서 굴욕적이고, 강도 높은 긴축이 강제되는 구제금융을 막판까지 멀리할 가능성이 높다.

터키 리라가 올들어 달러에 대해 40% 폭락하고, 이때문에 그러잖아도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고삐가 풀리고, 막대한 외화표시 채무에 시달리는 터키 기업과 가계의 채무부담이 급증하고 있지만 에르도안은 요지부동이다.

■ 독, '트럼프 분노' 감수할까

유럽차원의 구제금융이 어려울 경우 독일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양자 협정을 통한 지원이다. 1980년대 독일이 헝가리를 지원할 때 썼던 방법이다.

그러나 독일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독일이나 유럽 그 어느 곳도 IMF 참여 없이는 구제금융에 나설 충분한 자금 여유가 없다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주 독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독일의 터키 구제금융을 반대했다. 터키가 무너지면 난민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터키를 지원해야 하지만 이는 곧바로 지지율 폭락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더 벌어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독일의 진보적인 난민정책, 적은 군사비 지출, 러시아 가스관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 미국과 교역에서 대규모 무역흑자 등으로 독일을 공격하고 있는 트럼프의 분노를 가중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터키 주재 EU 고위 외교관계자는 결국 유럽의 터키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터키가 하수구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그저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면서 "터키와 EU간 경제적 연관성 뿐만 아니라 난민 압력(완화), 지리전략적 중요성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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