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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불법유통, 블록체인으로 잡는다" 배승익 픽션 대표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3 10:25

수정 2018.09.03 10:28

"웹툰=무료 라는 인식 바꿔야 웹툰 생태계 정상화 된다" 
불법유통, 공짜 퍼나르기 등 비정상적인 웹툰 생태계를 블록체인 기술로 정상화시키겠다는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배틀코믹스라는 웹툰 플랫폼을 5년째 운영중인 배틀엔터테인먼트가 '픽션네트워크'라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 것이다.

웹툰 시장은 초고속 성장중인 시장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2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웹툰 시장은 올해 8805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0년에는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웹툰 서비스로 돈을 버는 기업과 작가들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웹툰 서비스인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매출 340억원, 영업손실 380억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웹툰 작가들도 크게 늘고 있지만 상위 1% 정도의 작가들을 제외하면 남는게 없는 상황이다.

'웹툰은 공짜' 인식, 블록체인 기술로 깬다
3일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만난 배승익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로 이처럼 이상한 웹툰 생태계를 바로잡겠다고 설명했다. 웹툰 생태계 참여자들이 참여한 정도에 따라 암호화폐로 보상을 받는 토큰경제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웹툰=무료'라는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웹툰 생태계의 미래도 없다는 것이 배 대표의 설명이다.

배승익 픽션 대표
배승익 픽션 대표
배 대표는 "대형 웹툰 플랫폼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 웹툰의 대중화를 이끌어내면서 시장을 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웹툰을 처음부터 무료로 서비스했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도, 작가도 돈을 벌지 못하는 구조가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수익모델이 등장했다. 기다리면 공짜로 볼 수 있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기 힘든 이용자들은 돈을 내고 다음편을 볼 수 있도록 한 모델로 일종의 부분유료화 모델이다. 하지만 이같은 수익모델 역시 '웹툰=무료'라는 인식을 깨지 못했다는 것이 배 대표의 설명이다.

배 대표는 "플랫폼 사업자는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작품비와 마케팅비 등의 지출을 키울 수밖에 없고, 작가들도 플랫폼 사업자와 수익배분 계약 등을 하지만, 유료 결제 자체가 적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출이 발생하는 특정 장르의 웹툰들만 계속 제작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독자들도 다양한 작품을 만나지 못한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 경제시스템 구축 경험으로 토큰경제 모델 설계"
배 대표는 배틀코믹스라는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이같은 웹툰 생태계의 한계를 직접 경험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계속 고심했는데, 그 해답이 블록체인 기술에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특히 배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업에 접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토큰경제' 모델을 설계하는데 최적화된 인물이다. 게임기업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에서 게임 내 경제모델 설계를 담당했던 경험이 풍부하다. 이용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게임에 대한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아이템 가격 등을 책정하는 등의 게임 기획이 암호화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토큰경제' 모델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사실 토큰경제라는 것은 이미 게임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설계했던 게임머니와 경매장을 통한 아이템 거래 등 게임 내 경제시스템과 매우 밀접하다"며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기업에서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게임 경제시스템을 구축해본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웹툰 제작, 수익은 참여자와 나눠
배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픽션네트워크는 기존의 웹툰 플랫폼이 담당했던 대부분의 역할을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맡긴다. 작가들은 직접 작품의 소재, 장르, 연재방식, 프로모션 등 작품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가진다. 작가들이 직접 작품의 가격을 정하고, 작품의 마케팅이나 번역 등을 위해 지불할 비용을 책정한다.

이용자들은 작가들의 작품에 투자하거나, 마케팅 활동, 번역 등에 참여해서 작품에서 발생하는 수익 등을 나눠가질 수 있다. 일종의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웹툰이 제작되고, 그 수익이 참여자들과 작가들에게 나눠지는 셈이다.

배 대표는 "올해 안에 테스트넷을 론칭하고, 내년 1·4분기에는 실제로 작품을 올리고 구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를 선보일 것"이라며 "초기 서비스 안착을 위해 배틀코익스 운영 등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 웹툰 작가 등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제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픽션네트워크를 주도하는 배틀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주요 벤처투자사들에게 9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유망 스타트업이다.
스마일게이트의 투자자회사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IBK기업은행, KTB네트워크, 인강벤처투자 등이 배틀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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