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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전세대출 규제 실수요자 피해 없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30 17:21

수정 2018.08.30 17:21

갭투자 차단위해 요건 강화..풍선효과 등 부작용 없도록
정부가 천장이 뚫린 집값을 잡기 위해 전세대출 규제에 나섰다. 전세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투기수요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의 전세자금 마련까지 막을 우려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10월부터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상이거나 사실상 무주택자가 아니면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전세보증 자격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에 투기지역을 확대하고 24만가구 추가 공급 등의 부동산대책에 이어 나온 돈줄 조이기 일환이다.

현재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금융공사(주금공)나 서울보증보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서 보증을 받아야 한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금공은 최대 2억원 한도로 임차보증금의 80%까지 보증해준다. 현재는 소득제한이 없지만 10월부터는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을 넘으면 보증을 받지 못한다. 다만 맞벌이 신혼부부는 연소득 기준이 8500만원, 자녀가 1명인 가구는 8000만원, 2자녀는 9000만원, 3자녀는 1억원 이하로 차등 적용된다.

정부가 주로 서민용인 전세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일부 고소득자나 다주택자가 갭투자용으로 전용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금공의 전세자금 보증규모는 2015년 18조5693억원에서 지난해 23조7258억원으로 5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KB국민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잔액도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56조400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23.4%나 급증했다. 주담대를 강화하니 기준이 느슨한 전세대출로 몰린 것이다.

정부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수요자들은 벌써부터 "앞으로는 전세대출도 못 받고 비싼 월세로 살라는 말이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은 전세가격도 부추겨 세입자들의 부담도 함께 커졌다. 전세자금 부담은 더 커졌지만 요건이 강화되면 자금 마련은 더 어려워진다. 실제 지방에 집이 있지만 직장 등으로 인해 전세를 사는 경우가 많다. 또 부부합산 7000만원도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기존 대출자들이 만기가 돌아올 경우 새 요건을 충족치 못하면 전세대출을 받지 못해 새로운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소비자들이 1금융권 대출이 막히면 금리가 비싼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예상된다.
가계의 대출건전성이 부실화되면 그만큼 소비여력이 떨어져 그렇지 않아도 부진한 내수경기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률 적용하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세심한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부동산투기는 막아야겠지만 애꿎은 피해자가 없도록 살펴보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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