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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생각하는 작가' 김선민, 스토리 디자인을 꿈꾸다

조재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1 09:20

수정 2018.09.01 09:20

코어스토리 김선민 대표, 효율적인 창작법 고안
장르문학 작가로서 IP 세계관 구축과 활용에 주력
스토리 디자인 스튜디오 '코어스토리'를 운영하는 김선민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스토리 디자인 스튜디오 '코어스토리'를 운영하는 김선민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지적재산권(IP)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가 대표적인 예다. ‘어벤져스’, ‘스파이더맨’, ‘엑스맨’ 시리즈의 세계적 흥행은 모두 마블 작가들이 탄생시킨 만화책 ‘마블 코믹스’에서 출발한다.

원천 스토리인 ‘코믹스’를 보유한 마블을 IP홀더라고 하며, 마블은 IP를 활용해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만들어낸다.
코믹스가 없었다면 마블은 현재의 영광을 얻지 못했을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적재산권 발굴과 활용에 눈뜨다
최근 국내 콘텐츠 업계도 IP 발굴과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스토리 디자인 스튜디오 ‘코어스토리’의 김선민 대표가 그 중 한 명이다. 코어스토리는 스토리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IP홀더다. 장르 문학 작가이기도 한 김선민 대표는 스토리 콘텐츠에 기반을 두고 IP 홀더로서 소설, 영상, 게임 등을 만들 수 있는 원천 소스를 개발하고 있다.

IP의 장점은 원천 소스에 기반을 둔 ‘확장성’이다. 흥미로운 이야기, 세계관만 있다면 책이든 영상이든 게임이든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김 대표가 겜브릿지와 함께 만든 ‘애프터데이즈’가 하나의 사례다. 네팔 지진을 다룬 이 게임은 생존자들의 입으로 직접 들은 당시 상황과 참사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용자들은 게임을 하면서 재난의 참혹함과 생존법 등을 체험해볼 수 있다.

콘텐츠 영역도 기술 기반 연구·개발(R&D)로 변화하지 않을까. 적어도 김 대표의 생각은 그렇다. 코어스토리는 디자인 씽킹을 스토리창작방법론에 적용했다. 작가들이 가진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세분화해 데이터로 만든 뒤, 연관성 있는 데이터를 찾아낸다. 예를 들면 혈액형과 별자리 성격 특징을 조합해 캐릭터를 설정하는 식이다.

김 대표는 "웹 콘텐츠 작업 과정은 보통의 장르문학과 다르다"고 말한다. (웹소설이) 한 화에 5500자 정도 되는데 적어도 200화 정도를 정기적으로 써야 완결할 수 있다. 단행본으로 치면 12권 분량이다. 웹소설을 중심으로 스토리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있고, 보다 효율적인 창작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쉽게, 효율적으로 창작해보자는 것이다"라며 "현재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어도비 CC처럼 창작자를 위한 디지털 툴로 만들어 더 많은 작가가 쉽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장르문학 작가로도 활동, 소설 <파수꾼들> 펴내
그는 작가로서 창작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소설 <파수꾼들>을 출간하며 작가로 정식 데뷔했다. 카카오페이지에 ‘제2회 대한민국 창작소설 공모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무협 웹소설 ‘빡칠수록 쎄진다(공모 당시 제목 '홧병신공')’를 연재하고 있고, 괴담·호러 출판 레이블 ‘괴이학회’ 주요 멤버로 얼마 전 도시 괴담집 <괴이, 서울>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장르문학 작가로서 그가 펼치는 창작 세계의 핵심은 ‘부조리와 싸우는 개인’이다. 카프카와 카뮈를 좋아했던 김 대표 대학에서 순수문학을 전공할 때만 해도 부조리와 부딪쳐 소멸하는 개인을 많이 그렸다. 그러나 장르 문학으로 영역을 옮기면서 소멸 대신 인물이 성장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게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원천소설 창작과정’ 공모는 그에게 좋은 기회가 됐다. 대개 장편소설은 완결본을 심사해 출간하지만, 이 공모전은 ‘원천 스토리를 발굴하자’는 목적으로 열려 시놉시스만 심사해 당선작을 정했다. 업계 관행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시도였다. 김 대표는 장르 문학의 명가 ‘황금가지’ 편집장과 소통하며 집필을 이어갔고 그 결과물이 바로 <파수꾼들>이었다.

<파수꾼들>의 소재는 자각몽. 작가가 어릴 때 자주 꿨던 악몽, 가위눌림이 소재다. 작가는 악몽으로 생긴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작중 악몽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 백진혜와 파수꾼들은 작가의 자아와 깨달음을 상징한다.

김 대표는 <파수꾼들> 2, 3편을 집필 중이다. 올해 안에 초본을 써서 ‘파수꾼들 IP’를 완성해 게임과 같은 다른 분야로 IP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또 내년쯤 웹소설 아카데미를 개설해 더 많은 작가에게 스토리 디자인을 접목할 꿈을 꾸고 있다.


마지막으로 새 작품 계획은 없는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현대 판타지에 부동산을 결합해보면 어떨까요? 주인공이 건물주 되는 소설!”. 그는 쓸지 안 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지만 소재가 신선했다.
김 대표와 코어스토리가 펼쳐나갈 새 이야기를 기대해보게 된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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