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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 관세 공격하던 美 트럼프, 막상 무관세 제안에는 시큰둥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31 15:52

수정 2018.08.31 15: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애번스빌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애번스빌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취임 전부터 유럽이 자동차 무역에서 불공정행위를 한다고 주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아예 없애자는 유럽의 제안을 "충분하지 않다"며 거절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양자 간 관세가 사라져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공정한' 무역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유럽 자동차에게 이득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같은 날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상호 간 자동차 무관세 제안에 "충분하지 않다"며 "유럽 소비자들은 미국차가 아니라 유럽차를 사는 버릇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역 면에서 "EU는 중국만큼이나 나쁘다.
단지 조금 더 작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유럽의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미국이 똑같이 따라한다면 자동차 관세를 0%까지 낮출 의향이 있으며 다른 관세들도 0%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 철폐가 이뤄지면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며 미국에게도 좋다"며 "미국이 그렇게 하면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 자동차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무역으로 시비를 걸 때 틈만 나면 꺼내던 문제였다. 그는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1월에 독일 BMW가 멕시코에 공장을 세워 미국에 수출하면 35%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며 독일에 미국차가 적은 이유가 불공정한 무역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7월 미국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일괄 관세 부과에 보복하자 유럽차를 포함한 수입차에 25% 관세를 붙이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같은달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일단 상호간의 무역보복을 멈추고 협상을 시작하자고 합의했지만 자동차 문제는 협상 대상에 넣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1일에도 25% 수입차 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전부터 미국이 수입승용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EU는 10%의 관세를 붙인다고 불평해왔다. 이에 EU는 미국이 수익성이 높은 픽업트럭 부분에서 수입산에 25%의 관세를 붙인다며 반박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3사 경영진은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7월 주독 美 대사와 만나 상호 자동차 무관세 정책을 건의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같은달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자동차 관세 인하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EU가 미국산 자동차에 적용하는 관세를 낮추면 오히려 유럽 자동차들에게 호재라고 분석했다.
수많은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 공장에서 만든 차량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다국적 시장정보업체 LMC오토모티브를 인용해 올해 BMW가 미국 공장에서 만든 'X3'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유럽에서 약 7만대 팔린다고 예상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브랜드의 유럽 판매량은 관세 인하에도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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