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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헤알·리라 동반 폭락 신흥시장 위기 ‘전염 비상’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31 17:42

수정 2018.08.31 17:43

아르헨, 금리 60%로 인상.. 올들어 페소 51.7% 급락
이웃 브라질 금융시장 타격.. 터키 에르도안 독주로 불안
페소·헤알·리라 동반 폭락 신흥시장 위기 ‘전염 비상’

신흥시장이 다시 휘청이고 있다. 살인적 물가상승에 정치 부패 스캔들까지 겹친 아르헨티나, 미국발 제재에 따른 터키 경제위기가 이웃 신흥국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8월 3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전격 인상, 신흥시장 중 가장 높은 60%를 제시했지만 페소 폭락세를 막진 못했다.

터키 리라 역시 급락세를 이어갔다. 13일 금리인상 여부를 앞둔 긴박한 시점에 터키 중앙은행(CBRT) 부총재가 사임했다는 소식이 우려를 가중시켰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불안은 곧바로 다른 신흥시장으로 옮겨붙어 중남미 브라질 헤알, 칠레 페소는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추락까지 부르고 있다.


■아르헨·브라질·터키 시장 폭락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은 페소 급락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날 기준금리를 60%로 전격 인상했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전날 마우리치오 마크리 대통령이 내년 예산을 짜야 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에 500억달러 구제금융 방출을 서둘러달라고 요구하면서 폭락세가 재점화됐다. 갑작스러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요구가 터키 리라 폭락세 재개와 맞물려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BCRA가 전격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페소 폭락세를 저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페소는 금리인상 뒤에도 뉴욕 외환시장 오후장에서 달러 대비 12.6% 폭락했다. 이로써 올 들어 페소는 가치가 51.7% 급락, 42.9% 낙폭을 기록한 터키 리라를 제치고 가장 큰 폭으로 평가절하된 신흥시장 통화가 됐다.

아르헨티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한 보험료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가격도 폭등했다. 아르헨티나 국채 CDS 5년물은 1%포인트 폭등한 758bp(1bp=0.01%)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위기는 이웃 브라질 금융시장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브라질은 오는 10월 치러질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는 가운데 아르헨티나 리스크까지 겹쳐 통화가치가 장중 사상 최저로 추락한 뒤 간신히 회복, 달러당 4.146헤알에 마감됐다. 이 수치도 2016년 1월 21일 이후 가장 높은 환율이었다. 상파울루 증시 보베스파 지수도 전일 대비 2.53% 떨어졌다.

■FTSE신흥지수 3주 만에 최대낙폭

터키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하는 중요한 통화정책 회의를 2주 앞두고 부총재 4명 가운데 한 명인 에르칸 킬림치가 사임하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김 확대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 킬림치가 떠난 자리는 고금리의 '적'이라고 자임하는 반금리인상론자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명하는 인물로 메워지게 된다. 리라는 이날 킬림치 사임 소식에 장중 낙폭이 5%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악재는 신흥시장 자산 매도세로 이어지고 있다.
신흥시장 주식 시황을 반영하는 FTSE 신흥시장 지수는 이날 1.3% 하락해 3주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또 신흥시장 통화가치 흐름을 나타내는 JP모간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이날 1% 미끄러지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금리인상이 적절하기는 했지만 정부 재정적자를 급격히 감축하는 과감한 조처가 없다면 페소가치를 안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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