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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아르헨티나 구제금융 '20년전 실패' 만회할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2 16:54

수정 2018.09.02 16:54

2001년 당시 처방 실수
구제금융 신뢰 회복 위해
적절한 긴축강도 제시 고심
IMF, 아르헨티나 구제금융 '20년전 실패' 만회할까


국제통화기금(IMF)이 기로에 섰다. 아르헨티나 구제금융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IMF라는 구제금융 프로그램 자체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처지가 됐다. 특히 1998~2002년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당시 IMF가 잘못된 정책처방을 제시해 위기를 가중시켰던 전력이 있어 이번 구제금융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느냐 나락으로 떨어지느냐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2001년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 경제위기에서 IMF가 저질렀던 실수가 이번 구제금융을 매우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주 마우리치오 마크리 대통령이 IMF에 구제금융 자금을 조기에 방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아르헨티나 페소가 다시 폭락했고, 중앙은행(BCRA)의 금리인상도 먹혀들지 않았던 터라 IMF의 역할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지난주 폭락세를 보이던 페소는 IMF가 아르헨티나에 대한 완전한 지원을 약속하고 자금지원 속도를 높이기 위한 협의를 시작하게 됐다고 발표한 뒤에야 일단 진정됐다.


■ 긴축강화 조건 붙을 것

니콜라스 두호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4일 워싱턴 IMF 본부에서 IMF 관계자들을 만나 구제금융 문제를 다시 논의하게 된다. IMF는 지난주말 성명을 통해 4일 논의에서 '신속한 결론'이 나고, 아르헨티나의 수정된 경제구조조정 계획이 집행이사회에 제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IMF는 아르헨티나를 전적으로 지원하며 아르헨티나가 당국의 강한 의지와 결의를 통해 현 어려움을 극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재협상에서 구제금융 규모가 확대되지는 않겠지만 자금 지원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아르헨티나 재정 지출 축소와 금리인상과 같은 통화긴축은 더 가팔라지는 조건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재무부 출신으로 IMF 미국 대표를 맡았던 마크 소벨은 "(재협상에서는) 더 강도 높은 재정지출 삭감과 통화정책 긴축이 나와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상황이 안정을 되찾기를 바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벨은 "(IMF와 아르헨티나는) 구제금융 규모 확대보다는 틀을 바꾸게 될 것"이라면서 일부 자금을 조기에 지원하되 후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은 지난달 31일 정부가 콩 수출세 삭감 계획 폐기를 비롯해 내년 재정적자 폭을 빠르게 줄이는 재정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IMF는 지난해 아르헨티나에 연금개혁과 세제개혁을 주문한 바 있다.

■ 지나치지 않은 긴축 '딜레마'

아르헨티나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필수적이지만 그 강도를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다. 긴축이 너무 과도하면 경제성장이 완전히 무너지고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 반면 지나치게 느슨해지면 그동안의 IMF 기조가 무너지고 만다.

무게추는 일단 과도한 긴축을 막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긴축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저소득층에 안전망을 제공하려는 정당들과 정부가 갈등을 빚으면서 정정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정부와 IMF는 1998~2002년 아르헨티나 외환위기·경제위기 당시 잘못된 정책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던 전력이 있어 고통에 맞닥뜨려야 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 에드워드 글로섭은 "IMF는 과거 아르헨티나에서 몇가지 실수를 저릴렀다"면서 "이번에는 아르헨틴와 좀 더 긴밀히 협력해 IMF가 그저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기구가 아니라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완벽히 통제하는 기구임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지난 2004년 아르헨티나 위기에서 잘못된 정책처방으로 위기를 가중시켰음을 시인한 바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방아쇠가 돼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격던 당시 IMF는 아르헨티나의 달러 고정환율제(페그제) 고수에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아 상황을 악화시켰다.


2001년 1320억달러 규모의 대외부채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며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아르헨티나 위기 당시 IMF는 아르헨티나의 페그제 유지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경제 구조개혁 등에 쓰여야 할 구제금융 자금을 낭비하는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IMF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는 디폴트를 선언했고, 2002년 GDP는 1998년 위기 초에 비해 28% 쪼그라들었다.
2001년 위기 당시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을 지낸 다니엘 막스는 "정부의 경제개혁안이 다소 구체적이고, 정치적으로도 지지를 받아 안정의 서막이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그때까지는 페소 추락과 아르헨티나 자산 수요 위축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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