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했더니 투자-서비스 진화 '척척'..스타트업이 블록체인에 몰리는 이유

탈중앙화 기술로 해외 BM확보·ICO로 투자 유치

의료, 보험정보 같은 민감한 데이터 활용이 어려워 새 서비스 개발에 애를 먹고 있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나 자금 부족으로 해외시장에 나가지 못했던 기업들이 블록체인·암호화폐를 통해 사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기술이나 개인정보 보호 정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서비스 진화가 단번에 이뤄지고, 사업모델도 확장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블록체인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블록체인 기술이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의 암호화폐공개(ICO) 전면금지 정책이 스타트업의 사업·시장 확장을 가로막는 바람에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우회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편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어 과다한 비용부담은 물론 사업진척에도 속도를 낼 수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직토는 인슈어리움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200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혁신 창업가, ‘리버스 ICO’로 재도약 모색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이 젊은 창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착용형 기기) ‘직토워크’로 유명한 직토가 대표적이다. 직토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인슈어리움(보험+이더리움) 프로토콜’을 준비 중이다. 이 프로토콜 안에서는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등 각 이해관계자들이 익명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때 자신의 개인정보와 의료·건강 데이터 등을 공유한 보험계약자들은 암호화폐 ‘인슈어리움’으로 보상을 받는다. 인슈어리움(ISR)은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네에 상장됐다.

영화추천 서비스 ‘왓챠’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스와 매장 멤버십 솔루션 ‘도도포인트’로 유명한 스포카 역시 각각 ‘콘텐츠 프로토콜’과 ‘캐리 프로토콜’을 통해 블록체인·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아내의 식탁’을 운영하는 음식 콘텐츠 업체 컬쳐히어로는 블록체인 글로벌 소셜 미디어 업체 스팀잇이 자체 발행하는 암호화폐 ‘스팀’을 접목한 맛집 큐레이션(개인화된 추천) 서비스 ‘테이스팀’을 글로벌 버전으로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스타트업들이 창업 후 3~5년 이내 맞이하게 되는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 ‘시리즈 A’로 불리는 대규모 후속투자나 대기업발(發) 인수합병(M&A)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또 정부가 주장하는 ‘ICO 대신 기업공개(IPO)’의 경우, 국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 회사 설립부터 IPO까지 평균 12년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스타트업들의 생존에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이 스타트업들의 성장과정에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표> 전 세계 암호화폐공개(ICO) 현황
(※2018년 2분기에 이미 2017년 전체 ICO 프로젝트 숫자 및 모금액을 넘김)
구분 ICO 숫자 총 모금액
2017년 전체 약 800개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
2018년 2분기 약 827개 83억 달러(약 9조2470억원)
(자료 : 블록체인센터(글로벌 ICO 전문 분석업체 ‘ICO 레이팅‘ 발표 재인용))

■'ICO전면금지' 엄포로 혁신창업 막지 말아야
특히 확실한 비즈니스모델(BM)로 대기업과 유명 VC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들도 서비스 완성도를 위해 ICO를 택하고 있다.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모스랜드’를 개발 중인 손우람 리얼리티 리플렉션 대표는 “기존에는 소수의 기관투자자들과 사업방향을 결정했었지만, ICO를 진행한 이후에는 전 세계 수천·수만명의 사람들과 게임 방향성과 추가 기능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며 ICO 커뮤니티의 핵심인 ‘집단지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모두 스위스와 싱가포르 등 해외 현지에 별도법인을 세워 우회적으로 ICO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엄포성 발언인 ‘모든 형태의 ICO 전면금지’ 탓이다.
관련법이나 가이드라인도 없지만, 금융당국의 묵시적 압박 속에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규제 불확실성이 이들의 퀀텀점프(대약진)를 가로막고 있다는 우려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 오정근 회장은 “현재 약 100여 개 기업이 해외 ICO를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높은 법인세,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등 해외 재단 유지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스위스는 현지인과 한국인을 5대 5 수준으로 채용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이어 “ICO로 조달한 금액도 현지 법인의 판단에 따라 집행여부를 결정하는 등 경영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일이 많은 만큼 한국에 ICO 법인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